증권 종목·투자전략

外人 5일간 1.7조 매도....자금이탈 빨라지나

전자·바이오·IT업종 위주로

美 금리인상 다음날부터 팔아

주식 선물도 2조 이상 매도

"당분간 팔자세 지속" 전망 속

실적장세땐 반전 가능 예측도




불확실성 해소 요인으로 분석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국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로 이어지면서 이 행렬이 앞으로 계속될지, 아니면 멈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달러 강세와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셀(Sell) 코리아’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잠시 ‘숨 고르기’를 끝낸 뒤 외인의 재유입이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3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지난달 28일 이후 5거래일째 ‘팔자’를 유지했다. 이 기간 매도한 규모가 1조3,800억원이 넘는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2,99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5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005930)(3,616억원), 삼성전기(009150)(3,548억원), SK하이닉스(000660)(2,453억원) 등 전기·전자를,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410억원), 메디톡스(086900)(401억원), 카페24(042000)(317억원) 등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업종을 많이 매도해 주도주를 처분하는 전형적인 ‘셀 코리아’의 매매 동향을 나타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주식 선물 역시 2조원 이상 매도하며 현·선물을 동시에 내던졌다. 외국인 매도세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0.31% 내린 2,267.52, 코스닥은 1.94% 내린 773.70으로 미끌어졌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다음날인 28일부터 시작됐다. 인상 당일만 해도 8,000억원대 ‘사자’에 나섰던 것에서 하루 만에 태도를 180도로 바꾼 것이다. 지난달 안정세였던 달러화 강세는 이달 들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고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0.5원 상승해 지난 8월 중순 이후 한 달 반 만에 1,130원대를 회복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의 자금 이탈을 이끌었던 요소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며 증시를 불안에 빠뜨린 것이다. 전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미국 국채 10년물의 장중 3% 돌파는 이 불안을 더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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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측이 신흥국 지수에 중국 A주의 비중을 5%에서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더욱 흔든 것으로 보인다. 비중 확대 시 국내 증시에서 약 1조7,000억원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제기된다. 중국 A주 추가 편입은 내년 초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증시로서는 동일한 신흥국 지수에 편입돼 있는 만큼 중국과 경쟁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기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A주 비중 확대에 따른 수급 충격은 장기간에 걸쳐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뿐 아니라 신흥국이 전체적으로 외국인 이탈이 주도하는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을 막을 마땅한 완충 장치가 안 보인다”며 “미국이 연말로 예정된 금리 인상을 유보하거나 무역분쟁을 이겨내고 중국 증시가 반등하는 정도가 외인을 ‘유턴’시킬 요소로 볼 수 있겠으나 모두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상장사들의 3·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돌아온 만큼 실적 장세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증권가는 올해 3·4분기 상장사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날 삼성전자가 3·4분기 17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분기 영업이익(15조6,4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뚜껑을 열어보면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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