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보험설계사도 84%가 반대하는데...고용보험 의무가입 강행하는 정부

보험사 인건비 추가부담 불보듯

"대규모 감원 가능성 간과" 지적




정부가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의 직업적 특수성을 인정해 예외로 해주거나 설계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설계사의 84%가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반대하거나 자율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싸늘한 반응이다. 특히 설계사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으로 보험사의 비용부담이 늘어나면 실적이 낮은 설계사부터 강제 퇴출 되는 등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12만2,190명보다 4,192명이 급감한 11만7,998명으로 집계됐다. 설계사 수는 대면채널 축소 등으로 최근 4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하지만 반년 만에 4,000여명이 줄면서 감소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 2015년 12만8,729명이던 설계사 수는 2016년 12만6,161명으로 2,568명 감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12만2,190명으로 전년 대비 3,971명이 감소하는 등 감소폭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고용보험위원회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보험설계자의 감소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판매 채널 확산과 독립보험대리점(GA) 확대 등으로 전속 설계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인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보험사들이 실적이 떨어지는 저성과 설계사를 우선적으로 감원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보협회는 보험유치 성과가 상대적으로 낮아 월 급여 100만원 이하(하위 30%)를 받는 설계사는 5만7,624명으로 이들이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 것으로 분석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2014년 약 5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재위탁 모집인을 전면 금지하고 ‘고용 관계’를 권고한 결과 절반 이상이 자진 퇴사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수고용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속 보험설계사의 경우 오히려 고용불안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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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다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의해 운영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소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급격하게 전환하면 고용량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보험설계사는 가정주부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만큼 정부의 선한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설계사들도 처우개선이라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입법에 따른 감원 등을 불안해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8%가 고용보험 의무화에 반대했다. ‘가입 여부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45.5%)까지 합치면 84%가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사실상 반대했다. 정부가 조사한 설문 결과도 이번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의무화를 놓고 보험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보험사 입장을 대변해온 경영자총협회가 고용보험위에서 막판에 한국여성벤처협회로 대체되면서 ‘보험사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경총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전문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쳤다고 말하지만 이는 심의기능이 없는 전문위원회에 불과하다”며 “(설계사) 고용 감소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남은 기간만이라도 업계와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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