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영정상화 속도내는 롯데]케미칼, 兆단위 공격적 투자...호텔·쇼핑선 일자리 창출 '무게'

인니 유화단지 개발사업 재개

유럽 화학업체 인수에 3조 투자

'청두 프로젝트' 등 中 사업도

辛 회장 진두지휘로 힘받을 듯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석방 이후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공백 기간인 8개월 동안 계획했던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좌초되고 중국 사업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의사결정을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신 회장이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힌 만큼 잇따른 이사회 개최로 공격적인 투자 계획 및 고용 확대 계획을 잇따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롯데는 지난해 7조원을 투자하고 1만3,3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신 회장의 구속 이후 투자와 채용 규모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화답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당장은 고용 계획이 시급한 과제다.

오는 10일 이사회를 여는 호텔롯데는 기업공개(IPO)를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고용 확대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사업부 등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는 것보다는 면세점·호텔·리조트 사업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내부의 목소리가 크다. 개인고객(B2C) 사업이 중심인 호켈롯데의 공격 경영은 고용창출로 이어진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5년 9월 기준으로 직원 수가 4,000명이었지만 올해 6월에는 4,879명이 근무해 3년도 채 안 돼 900명가량의 직원을 늘렸다.


고용 측면에서는 롯데쇼핑도 한몫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의 부재로 신세계그룹보다는 한발 뒤처진 e커머스(온라인) 유통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미 e커머스사업본부에 인공지능(AI), 사용자경험(UX), 디자인 등의 경력사원 400명을 채용 중인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 집행으로 고용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2022년까지 e커머스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해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온라인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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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의 골칫거리인 중국 사업도 신 회장의 복귀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지난 24년간 총 10조원가량을 중국 사업에 투자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롯데마트를 철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일본 롯데를 공동 경영해온 신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진과 주주들을 다독인 후 중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사업이 정리되는 중국 롯데마트·롯데백화점·롯데홈쇼핑 사업부문의 원활한 마무리도 중요한데다 무엇보다 롯데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선양 롯데타운 건설 프로젝트 재개를 위해서도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청두시의 6만6,000㎡ 부지에 1,400여가구의 아파트단지 및 호텔·백화점·쇼핑몰·시네마 등을 건설하는 ‘청두 프로젝트’ 또한 신 회장의 복귀로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인 차이신은 신 회장 석방 이후 롯데의 중국 사업에 대해 중국 측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투자 전망은 지난해 2조9,297억원을 벌어들이며 롯데그룹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케미칼(011170)에서 나온다. 실제 지난해 기준 롯데그룹의 비금융 부문 그룹사 중 화학 업종의 매출은 전체의 24.7%를 차지했으며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비중은 55.5%에 달했다. 특히 화학 업종의 영업이익 비중은 소매유통(21.9%), 식음료(8.0%), 호텔·레저(7.8%)를 압도한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4조원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이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롯데는 2017년 2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이 보유한 부지를 매입해 석유화학단지 기초설계 작업에 들어갔으나 신 회장이 구속된 후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신 회장은 조만간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석유화학단지 착공작업 재개를 독려하고 인도네시아 고위관계자들과의 미팅 등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또 내년 초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생산이 시작되는 에틸렌·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 또한 4조원가량이 투자됐으며 롯데는 이외에도 유럽 지역 화학 업체 인수에 3조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에 따라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000400)·롯데캐피탈 등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았다는 점에서 대외 행보에도 다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1년의 절반을 해외에 있을 정도로 글로벌 롯데를 위해 애써왔지만 지난 8개월간의 경영 공백으로 심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같은 문재인 정부가 내준 숙제 등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다”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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