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에 달하는 고용보험기금·산업재해보험기금의 여유자금 전담 운용사 선정을 놓고 금융투자업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증권·운용사마다 능력 있는 인재 쟁탈전을 시작으로 예상되는 평가위원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등 본격적인 전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께 시작되는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 전담운용 기관 선정 작업을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올 12월 초 용역을 마친 후 이를 토대로 증권사·자산운용사로부터 제안요청서(RFP)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고용보험기금 운용은 한국투자증권이, 산재보험기금은 삼성자산운용이 주간운용사를 맡아 지난 4년간 자금을 운용해 왔다. 이들의 계약 기간이 내년 6월 말 종료된다는 점에서 이관 작업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3월엔 새로운 주간운용사 선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운용사 선정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불꽃 튀는 경합이 불가피하다. 한국투자증권은 4년간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기관 지위를 지난 6월 NH투자증권에 내어주고 자존심 회복을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이번에 고용부 전담운용기관 지위도 넘겨주면 OCIO(전담자산운용제도) 시장에서의 위상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한국투자금융지주 차원에서 결사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1년 간의 준비 끝에 얻어낸 국토부 기금선정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OCIO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주택기금 관련 전담본부 및 4개의 운용 관련 부서를 신설한 이후 ‘OCIO 스쿨’까지 만들어 전문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중으로는 고용부 기금 운용사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KB증권 등이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사 아래 ‘은행’이라는 버팀목을 내세우며 OCI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던 신한금융투자·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이번 경쟁에서 빠졌다. 신한은행이 고용부 수탁은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격조건에 미달했다는 게 이유다.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은 벌써부터 뜨겁다. 앞서 국토교통부 기금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더해 이번엔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의 전초전이 맹렬하다. 한화자산운용은 OCIO 부문에서 강자로 평가되고 있는 고준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솔루션마케팅본부장(상무)를 OCIO팀 수장으로 영입해 이번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KB자산운용도 채수호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을 수장으로 등용하고, 홍준 전 한국펀드평가 기관컨설팅본부장 등 3~4명을 추가로 합류시켜 본부를 구성했다.
자산운용사 한 고위 관계자는 “고용부 기금 운용사 선정을 앞두고 벌써 판이 엄청나게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은 물론 자산운용사들도 상당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각 사가 조직을 재정비하고 신설하면서 주요 인재들을 모셔오기 위한 경쟁도 한창”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싸움은 다른 어떤 OCIO 경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력 이동을 비롯해 용역을 통해 도출될 평가 기준이 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