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잔 이상의 커피를 장기간 마신 노년층은 그렇지 않은 노년층에 비해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솔방울샘의 부피가 20% 이상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솔방울샘의 부피와 멜라토닌 분비량이 작아져 노년기에 수면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9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제1저자 박정빈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원 뇌인지과학과)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수면’(SLEEP)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경기 성남시에 사는 60세 이상 노년층 162명(평균 72세)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하루 평균 커피 소비량×평생 커피 소비 지속기간)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솔방울샘의 부피와 수면의 질을 평가했다. 솔방울샘의 크기는 고화질 자기공명영상(MRI), 수면의 질은 한국판 피츠버그 수면의 질 검사척도(PSQI)를 활용했다.
세 그룹은 하루 평균 3.06잔, 1.3잔, 0.64잔의 커피를 마셨고 커피 소비 지속기간은 평균 31.8~24.4년이었다. 둘을 곱한 평생 커피 소비량은 97.16~15.6컵년(cup-years), 솔방울샘의 평균 부피는 70~90㎣였다. 평생 커피 소비량이 상위 1/3에 드는 60컵년 이상 그룹은 60컵년 미만 그룹에 비해 솔방울샘의 부피가 20% 이상 작았다. 수면 효율은 솔방울샘의 크기가 작을수록 떨어졌다.
사람의 수면은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뇌 속 솔방울샘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햇빛에 노출되는 낮엔 분비가 억제되는 반면 밤엔 분비가 활성화돼 졸리게 된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성분이 단기적으로 각성 작용을 일으켜 덜 졸리게 된다.
김 교수는 “장기적인 커피 소비가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첫 논문”이라며 “커피의 어떤 성분이 솔방울샘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요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다양한 카페인 함유 음료가 솔방울샘이나 수면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