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74>사업에서 타이밍이란

시장 진입시점 선택이 성패 갈라

에어비앤비, 불황기 집 대여 서비스로 성공

동영상업체 지닷컴은 인프라 부족해 실패

KAIST 경영대학 교수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데 시장 타이밍(timing·시점)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타이밍을 잘 잡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미국 아이디어랩의 대표이자 연쇄 창업가 빌 그로스는 테드(TED) 강연을 통해 스타트업 성공의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아이디어·팀·비즈니스모델·자금조달·타이밍을 꼽았는데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타이밍’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장기적 불황기에 창업해 사람들이 자기 집을 빌려주고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반면 동영상 콘텐츠 회사였던 지닷컴은 자금·인력·비즈니스모델 모두 좋았지만 인터넷 보급률이 낮고 회선속도도 낮은 시점에 창업해 실패했다고 했다.

관련기사



어떻게 하면 시장 타이밍을 잘 잡을 수 있을까. 시장 타이밍이란 사업 진입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경기처럼 외부 요인이 있고 어떤 불편함을 느껴 그것을 해결할 제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고객이 늘어나는 내부 요인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리고 시장 진입의 최적 타이밍은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이 만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선후 관계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에어비앤비를 다시 살펴보자. 그로스는 불황기에 창업한 것이 에어비앤비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시점에 사업을 진행했던 유사 서비스인 카우치서핑·홈어웨이·베드앤브렉퍼스트 같은 곳들은 왜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을까. 불황기라는 외부 요인이 긍정적인 타이밍이기는 했지만 불황기라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에어비앤비도 초반에는 고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집을 내놓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집중한 곳이 뉴욕이었다. 뉴욕은 미국 내 대표적인 관광지였고 생활비가 높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에어비앤비는 거주자들이 여행객들에게 방을 빌려주고 부가수익을 올려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거주자들은 자신의 집 내부를 촬영해 사이트에 등록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촬영 후 등록하는 방법도 어려웠고 촬영 노하우도 없었다. 사이트에 올라온 집 내부 사진은 여행객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했다. 거주자·여행객 모두에게 충분한 솔루션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창업자들은 매주 뉴욕을 방문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했다. 문제-솔루션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었다. 창업자들은 전문가를 보내 사진을 멋있게 찍어 사이트에 등록해줬다. 멋진 사진은 여행자 고객을 움직였고 예약률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기 불황은 뉴욕 거주자들이 자기 집을 내놓을 수 있게 했고 여행객들에게는 호텔보다 싸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회가 되도록 했다.

사업 타이밍은 외부 요인이 충족돼도 내부 요인이 충족되지 못하면 파급력이 떨어진다. 불경기라는 동일한 외부 요인이 있었지만 다른 숙박 공유 서비스가 성장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내부 요인이 고객에게 충족되면 외부 요인이 성장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주게 된다. 거주자·여행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는데 지속적인 경기 불황까지 계속된다면 사업이라는 돛단배에 순풍이 부는 격이 되는 것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