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반스앤노블의 몰락

한 여자가 있다. 그는 동네에서 어머니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작은 아동 전문 서점을 운영하지만 주변에 대형 체인 서점이 생기면서 한순간에 존폐의 기로에 선다. 할인 행사에 서점 내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음료까지 제공하는 대형 서점의 막강한 힘 앞에 조그만 서점의 사장은 그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을 대상은 오직 e메일로만 연락하며 호감을 키우던 익명의 남자. 하지만 그가 대형 서점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현실은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이 된다. 1998년 개봉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유브갓메일(You’ve got Mail)’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형 체인 서점 ‘폭스북스’는 미국 최대의 서점인 반스앤노블(Barnes&Noble)을 실제 모델로 한다. 1873년 미국 일리노이주 휘턴시의 작은 서점에서 출발해 1917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꾼 반스앤노블은 1971년 ‘제2의 창업자’로 불리는 레너드 리조에게 넘어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정가보다 40%나 싸게 책을 판매하는가 하면 서점을 책 읽는 공간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자본력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에 동네 책방들은 속절없이 무너져갔다. 1995년 이후 5년간 미국 내 독립서점의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유브갓메일’의 성공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초대형 체인 서점도 시대의 변화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전자상거래와 혁신으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유통 업체 아마존은 치명타를 입혔다. 게다가 디지털로의 전환이 늦었고 2013년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네 번이나 바뀌는 혼란도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2012년 회계연도에 54억달러에 달했던 매출액이 2018년에는 36억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시가총액도 2006년 20억달러에서 지금은 5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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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앤노블이 결국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복수의 관계자가 인수에 관심을 보여 이사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20여년 전 동네 책방이 걸었던 길을 이제는 반스앤노블이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무상강무상약(國無尙强無尙弱).’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진리를 한때 절대 강자였던 그들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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