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북한과의 교류를 포괄적으로 금지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해제를 거론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는 물론 사실 자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5·24조치를 푸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초입 단계에서 협상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은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는 최근 남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는 정부의 자신감에 기인한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협상을 전담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미국의 사찰 등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대한 물꼬를 트면서 경협의 전제조건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의 방북 결과에 대해 ‘진정한(real) 진전’을 이뤘다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이 집권여당의 수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문을 통해 나온 점도 눈길을 끈다. 정부·여당이 5·24조치 해제와 관련해 당정 간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5·24조치가 실제 해제될 때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평에도 미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해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시간끌기 전술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이후로 못 박은 것도 이 같은 미 보수층의 냉랭한 반응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대북제재를 강화할 뜻을 수차례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하면 대북 제재 공조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다. 실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과 관련해 한미가 엇박자를 냈다는 사실도 일본 언론을 통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군사 부분과 관련해 강 장관을 비난했다. 특히 남북군사경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내용은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문제고 이 같은 중대사안을 미국과 합의하지 않은 것에 폼페이오 장관이 화를 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5·24조치가 천안함 폭침으로 단행된 만큼 북한의 진상규명과 사과가 선행돼야 하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당장 야권은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해 맹공을 쏟아부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5·24조치 해제는 국회와 전혀 상의된 바가 없는데 사전 상의 없이 검토한다는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국회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 (해제를) 강행한다면 적어도 천안함 피해 유족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말이 앞섰더라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다. 5·24조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따라 같은 해 5월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