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티어(Top-tier)’ 사모투자펀드(PEF)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45억달러(한화 5조원) 규모로 7번째 아시아펀드를 조성한다. TPG는 펀드 조성이 완료되면 세계시장을 개척한 한국 히든챔피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TPG가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캐피털은 내년 상반기 클로징(closing)을 목표로 아시아펀드 7호의 펀드레이징을 하고 있다. TPG캐피털은 지난 2014년 조성된 33억달러(3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펀드 6호를 통해 2017년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고급 바닥재 분야의 히든챔피언인 녹수 인수에 8,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세계 5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TPG는 뉴브리지캐피털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글로벌 사모펀드다. 뉴브리지캐피털은 1999년 제일은행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뒤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팔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2003년에는 AIG와 컨소시엄을 이뤄 하나로텔레콤 지분 39.6%를 사들여 1대 주주가 됐고 2008년 SK텔레콤에 이를 다시 판 뒤 한국 M&A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SK그룹으로 넘어간 하나로텔레콤은 현재 SK브로드밴드다.
TPG캐피털이 한국 M&A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6년이다. 모건스탠리 PE에서 이름을 알렸던 이상훈씨를 대표로 선임한 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투자와 녹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TPG 투자 이후 연간 거래금액이 1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가량으로, 하루 서비스콜 수는 50만건에서 82만건으로 급증했다. 투자 시점으로부터 4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 내부수익률(IRR)만 50%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에는 글로벌 PEF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주주총회를 열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TPG는 아시아펀드 7호의 조성이 끝나면 해외시장을 개척한 한국 히든챔피언 등의 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히든챔피언이란 일반 대중의 인지도는 낮지만 관련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세계 3위 안에 드는 기업을 말한다. 녹수의 경우 매출의 95%가량을 해외시장에서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