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경제마저 흔들리나]경기 불확실한데 금리인상 과속...트럼프 "연준이 미쳤다"

국채금리 장중 3.24%까지 급등...최대 채권ETF 2.3조 이탈

G2무역전쟁 격화 속 애플·구글 등 IT 대기업 실적도 악화

"美 경제 호시절 끝나...긴축 지속땐 내년부터 경기 꺾일 것"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장 마감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 종가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장 마감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 종가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뉴욕증시가 10일(현지시간) 3% 넘게 폭락하면서 세계 경제의 기관차로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 경제도 곳곳에서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경제 전문가 다수는 미 경기의 확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는 최근의 경제 호조가 ‘감세와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일회성’이라고 경고하며 연준의 긴축이 지속되면 내년부터 경기가 꺾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금리 상승의 여파로 최대 규모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하루 만에 20억달러가 빠져나가며 ‘머니 무브’ 조짐도 강해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정보기술(IT)지수는 이날 4.8% 추락하며 지난 2011년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성장률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가 이날 미 국채 금리 상승 공포에 올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받자 미국 경기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연준이 지난달 하순 올해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12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해 지난주부터 가파르게 오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또다시 장중 3.24%까지 치솟았다.


안정적인 채권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자 위험자산인 증시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대형주 중심의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3.1% 하락했고 실적 우려가 겹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08% 급락하며 2년4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보였다.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는 채권 가격의 하락을 뜻해 시장에서는 미 국채 투매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대표 ETF인 ‘아이셰어스 코어 미국 종합 채권 ETF’에서 지난 9일 하루에만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10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연말 추가 금리 인상 시그널을 계속 보내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려 신흥국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채권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멀티버스 지수의 시가총액은 지난주 9,000억달러(약 1,026조원) 넘게 날아갔으며 올해 들어서는 2조5,000억달러(약 2,850조원)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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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준이 긴축 기조를 고수해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경제가 매우 좋다”면서 “2.75%에서 3% 사이로 추정되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하려면 금리가 조금 더 올라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시장의 충격과 무역전쟁 등 잠재적 리스크를 연준이 과소평가하는 듯하자 미국 경기가 가파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는 커졌다. 거시경제예측 전문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이날 “미 경제의 호시절이 빠른 속도로 끝을 향해 가고 있다”며 “연준이 경기 둔화의 무서움을 너무 가볍게 본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피어스 CE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의 성장률 증가는 감세와 정부 지출에 따른 일회성 소득 및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주택 및 자동차 구매가 위축되며 경기 둔화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고 내년 중반쯤에는 경기가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날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아울러 IMF는 미중 간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전 세계 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미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꼬집었다.

연준의 지속적 금리 인상에 강한 불만을 표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증시 폭락에 이어 110개월 이상 이어지는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끊어질까 불안해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의 선거 유세에서 “연준이 실수하고 있다. 너무 긴축적이어서 난 연준이 미쳤다고 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 경제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는 그간 성장의 최대 엔진이던 애플·구글·아마존 등 IT 대기업의 실적이 고꾸라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빅5인 애플과 아마존·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이날 모두 4% 이상 떨어졌고 S&P500지수에서 IT인덱스를 구성하는 65개 종목이 모조리 하락해 지수가 4.8%나 폭락했다. 월가의 유명 IT 애널리스트인 바클레이스의 로스 샌들러는 이날 아마존 등 주요 기술주들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트위터와 스냅 등 중소형 IT 기업의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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