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생명연, 바이오 스타트업 동반자 될 것"

김장성 원장

고령화 심화로 신종감염병 느는데

자기 연구 몰두...미활용 특허 쌓여

4차산업시대 산학연 허브 역할로

노화제어·항암물질·희귀질환 등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구 나서야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내가 하고 싶은 연구’만 하다 논문만 쓰고 마는 경우가 많지요. 이제는 맞춤형 치료를 위한 유전체, 노화 제어, 항암물질, 희귀 난치 질환 연구 등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바이오의약품이나 신소재 등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

김장성(사진·50)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은 13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연이 예전에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었는데 많이 침체했다. 그룹·융합 연구로 ‘우리가 해야 하고 필요한 연구’를 해 사기를 진작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 종양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녹십자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거쳐 생명연에서 책임연구원·미래연구정책본부장·부원장을 지냈다.

김 원장은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신·변종 감염병이 느는데 각자 자기 연구를 하다 보니 기술이전이 되지 않는 미활용 특허가 쌓여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명연의 경우 49%는 출연금, 51%는 정부와 민간 수탁과제(PBS)로 운영되는데 각자 산발적으로 연구한다면 논문이나 특허는 많이 나오겠지만 삶의 질을 바꾸거나 바이오생명과학을 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암, 치매, 노인성 근감소증(낙상후 허벅지 근육 감소) 등 국민 건강을 해결하고 신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원장은 “특허도 기술적 완성도가 있는 것을 지원하고 논문·특허 등 양적 성과지표보다 질적 평가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출연연이 기초·원천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하는데 대학과 차별화하기 위해 바이오 중소·중견기업·스타트업의 연구 수요에 맞춰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고령화(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의 고령사회 진입)에 신·변종 전염병의 출현, 슈퍼박테리아·(초)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의 증가에 맞춰 국민과 기업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를 위해 생명연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유전체 맞춤 의료 연구나 노화 제어, 암과 희귀 난치 질환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영장류·동물실험센터 등의 인프라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의 데이터 개방도 늘리기로 했다. 동물 독성실험 규제에 맞춰 뇌·심장·간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통합적으로 연결한 유사장기(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인공혈액과 인공장기를 얻기 위한 미니 돼지를 사육하고 최대 3,000마리의 원숭이를 키우는 영장류자원지원센터도 다음달 6일 준공한다.

김 원장은 생명연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바이오생명과학의 산학연 허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바이오 산업은 오는 2030년 4조3,000억달러(약 4,972조원)의 시장 규모가 예상된다”며 “공공성을 염두에 두되 성공 가능성이 낮거나 위험 부담이 크지만 파급효과가 큰 연구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북제재가 해제될 경우에 대비해 북측과의 교류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생명연은 과거 북측 솔잎흑파리 방재와 씨감자 공급 추진 등의 경험이 있다”며 “제재가 풀리면 북측의 결핵과 말라리아 등의 감염병을 해결하고 비무장지대(DMZ)나 북한의 천연 자생식물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의약품이 부족한 북측은 천연물을 이용한 민간요법이 발달해 공동 연구시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