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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캠페인-아픈 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정자수 줄고 결혼 늦고...급증하는 '남성난임'

2016년 6만명...4년새 47%↑

지원은 난임휴가 연간 3일뿐

검사 건보적용 등 대책 필요




10년째 난임 치료 중인 회사원 조창훈(45·가명)씨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로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갖지 않은 것을 꼽는다. 결혼 5년차에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남성 난임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조씨는 “난임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줄 알았는데 정작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나오자 충격이 컸다”며 “매번 난임 치료를 받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무능력한 남자로 인식하는 직장 동료들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난임 정책이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남성 난임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소외로 소리 없이 울고 있다. 각종 스트레스와 늦은 결혼 등으로 남성 난임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의료기관에서 난임 치료를 받은 남성은 6만1,903명이었다. 여성 난임 환자 15만7,206명의 40% 수준으로 절대적인 규모는 작지만 2012년 대비 47.5%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환자 증가율 3.3%의 14배가 넘는다.

난임 부부 중 남성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30% 안팎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 중 남성 난임의 비중이 5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미 난임 단계에 접어들었거나 난임 위험군에 속하지만 자신이 난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꺼려 난임 검사를 피하는 남성이 많아서다.


권황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장은 “흔히 남성은 성생활만 가능하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남성도 35세 이후부터는 정자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임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각종 스트레스도 원인이지만 과거에 비해 갈수록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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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남성 난임이 일찌감치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스라엘 헤브루대가 서양 남성의 정자 수를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지난 40년 동안 절반이 감소했다. 최근에는 선진국 성인 남성 2명 중 1명은 정자 수가 평균 이하라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춘 난임 정책을 지금이라도 남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난임 부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난임 치료 시술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했다. 하지만 매년 3일씩 사용할 수 있는 난임 휴가를 제외하면 남성 난임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의료계에서는 결혼을 앞둔 남성의 난임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순한 정액 검사만이 아니라 혈액·소변·성병·전립선 등을 다양하게 검사해 조기에 난임 여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병에 걸린 뒤 제때 치료받지 않은 남성의 경우 난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배우자가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도 있다.

최진호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각종 스트레스, 환경오염, 늦은 결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남성 난임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 난임이 치료하기 쉬운 편이기는 하나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소외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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