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경제마저 흔들리나]재정악화·인플레 우려로 불안감 확산...10년물 입찰 예상수요 밑돌아 '충격'

年3.225% 높은수준 발행했지만

응찰률 2.39배로 1년 평균 안돼

장단기 금리차도 11년만에 최저

몸사린 투자자 "현금 확보하자"







미국 국채발 위기를 계기로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한 시그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4분기 경제성장률(GDP)이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미국이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상은 눈앞에 보이는 고용 안정과 감세효과, 재정 확대로 인한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전쟁 탓에 중국 관세를 반영한 3·4분기 무역수지 적자폭은 확대되고 3·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국채시장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는 경기 호조세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인사의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경기가 호황을 지속하고 있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처럼 국채금리는 7년 만에 장중 최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국채 입찰을 부쳤는데 수요 예상을 밑도는 언밸런스 현상이 확인되면서 미 경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조짐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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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360억달러 규모의 3년물 만기 국채와 230억달러 상당의 10년물 국채를 입찰에 부쳤다. 최근 국채금리가 단기간 2%대 후반에서 3.25%까지 치솟은 만큼 이날 실시된 국채 입찰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와 달리 매우 높았다. 하지만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0년물은 연 3.225%의 높은 수준에 발행됐지만 응찰률은 2.39배로 1년 평균인 2.52배를 밑돌았다. 채권금리까지 올랐는데도 수요가 전년에 못 미쳐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증시가 하락하고 이 돈은 증시에서 빠져 채권시장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자금 이동 현상(머니무브)’이 나타난다. 실제 지난 20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 이상 떨어진 달에는 항상 채권 가격이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날은 주식시장과 채권이 동시에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투자보다는 현금 보유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시장이 미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시장의 우려처럼 경기후퇴를 가늠케 하는 장단기 금리 격차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2년물의 금리 차가 40.22bp를 기록하며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 단기 금리에 대한 기대치가 줄면서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가 약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미국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기가 아직은 연준의 금리 수준을 떠받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현 금리 수준에 우려를 표하며 시장에서 돈을 빼 현금 확보를 늘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분석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제롬 파월 의장도 “장단기 금리 차가 좁아지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결정적 고려사항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연준 내에서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중앙은행 총재가 “내년 미국 GDP 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해 미국 경기 불안감 확산에 불을 지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고(高)등급 채권의 대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아이셰어스 코어 미국 채권 ETF에서 9일 하루 만에 20억달러 상당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3년 해당 상품이 출시된 후 역대 일일 최대 유출 기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고 이런 예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지표에 대한 관심이 대폭 커진 상황에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 수준으로 나왔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미국 노동부는 9월 PPI가 전월 대비 0.2%(계절조정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던 PPI는 한 달 만에 상승 반전했으며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했다. 부크바 워싱턴포스트(WP) 칼럼리스트는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 트레이드 서비스를 제외한 생산자물가가 지난해 대비 2.9% 올랐는데 이는 2014년 이후 최대”라며 “기저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재정확대 기조에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경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해 결국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미 경기 악화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다. 구겐하임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둠 속에서 빙산이 갑자기 타이태닉호를 강타한 것처럼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 속에 2020년의 막대한 재정위기를 맞닥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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