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흔들리는 제조한국, 미래지도 다시 그려라]韓, 세계1위 품목 68개지만...中과 경합 17개 '피 말리는 싸움'

中 '제조강국 2025' 전략 무장

대형LCD서 LG디스플레이 추월

AI 등 미래 산업서도 앞서나가

“새로운 중국 경제를 이끌 엔진은 제조업이다. 강력한 제조업이 없다면 국가의 번영도 없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 기반을 건설하는 것은 중국이 영향력을 높이고 국가안보를 지키며 세계의 강대국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중국이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계획서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중국제조 2025는 핵심 기술 및 부품·소재를 오는 2025년까지 자급하기 위해 정보기술(IT), 우주항공, 로봇, 신소재 등 차세대 10개 전략산업을 국가가 전폭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빠르게 고도화돼 우리 주력 산업을 핀치로 내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의 68개(2015년 기준) 중 17개는 중국과 경합관계에 있다. 대부분의 품목에서 격차가 5%포인트 미만으로 미미하다. 언제든 순서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품목에서는 이미 중국이 우리를 앞지른 것으로 평가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량을 늘려왔다. LCD 업계의 치킨게임을 주도한 결과 중국 BOE는 대형 LCD 시장에서 지난해 처음 LG디스플레이(034220)를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올해 8월에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 24%로 LG디스플레이(19%)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 주력 사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치고 나갈 미래 사업마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발전계획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바이두), 의료·헬스케어(텐센트), 스마트시티(알리바바) 등 특정 분야를 주요 기업에 할당해 중점 육성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개발(R&D) 지원 규모에 있어서도 우리 정부와 중국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주력 산업의 위기와 활로’ 보고서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 중국의 R&D 투자 규모는 2014년 2,525억달러로 미국(2,215억달러)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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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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