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전인지 2년만의 우승키스] 울어버린 '덤보'...."악플에 마음 힘들었다"

에비앙 정상후 2등만 6번…헐 꺾고 '통산 3승'

박성현, 쭈타누깐과 공동 3위…세계 1위 유지

배선우 공동 8위, 국내파 선수로는 최고 성적

전인지가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8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4라운드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골프공을 팬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인천=연합뉴스전인지가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8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4라운드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골프공을 팬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마지막 18번홀(파5) 짧은 파 퍼트를 마친 뒤 전인지(24·KB금융그룹)의 얼굴에는 특유의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평소에도 밝은 표정이 매력적이지만 이날 미소는 여느 때보다 빛났다. 지긋지긋했던 ‘준우승 징크스’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는 만감이 교차한 듯 참았던 눈물을 쏟기도 했다.

‘덤보’ 전인지가 23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인지는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7개를 뽑아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그는 찰리 헐(잉글랜드·13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전인지는 지난 2016년 9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제패 이후 23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절실했던 우승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9승을 거둔 그는 2015년 LPGA 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US 여자오픈 우승을 거머쥐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루키 시즌이던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2승을 모두 메이저 트로피로 장식하며 한국 군단의 주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다. 에비앙 우승 이후 준우승만 무려 6번을 했다. 지난해 다섯 차례의 준우승을 기록했던 전인지는 올 시즌 다소 주춤해 5월 킹스밀 챔피언십 공동 2위가 최고 성적이었지만 이날 우승의 물꼬를 다시 트며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2014년 이 대회에서도 준우승한 기억이 있는 그는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전인지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LPGA 투어 한국인 합작 승수는 9승이 됐다.


한 주 앞서 인천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4전승을 거두며 한국팀 우승을 이끌었던 전인지는 안방 팬들 앞에서 2주 연속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전날 공동 선두 대니얼 강(미국), 찰리 헐(잉글랜드)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에 올라 역전 우승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던 전인지는 이날 1번과 2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 좋게 출발한 뒤 5번(파5), 6번홀(파4) 연속 버디를 추가했다. 팽팽한 선두경쟁을 벌이던 대니얼 강과 에리야 쭈타누깐(23·태국)이 7번홀(파5)에서 나란히 의외의 더블보기를 적어내면서 승부의 추가 전인지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헐의 반격이 시작됐다. 전인지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던 헐이 7번홀에서 공동 선두를 되찾은 후 전인지가 달아나면 헐이 추격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헐이 12번홀(파3) 보기를 범한 뒤로는 전인지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전인지는 13번홀(파5)에서 2.5m가량의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2타 차로 달아났고 헐이 16번홀(파4)에서 타수를 잃으면서 우승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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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박성현(25·KEB하나은행)은 2위 쭈타누깐과 나란히 12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9주째 ‘1인자’ 자리를 지키게 됐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은 박성현은 몇 차례 결정적인 퍼트에 발목을 잡혔다. 11번홀에서는 1.5m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자 짧은 파 퍼트마저 놓쳤고 14번홀에서도 버디 퍼트가 홀을 맞고 나왔다. 대니얼 강과 호주교포 이민지(22)도 공동 3위에 합류했다.

KLPGA 투어 선수 여섯 번째 ‘신데렐라’ 탄생은 무산됐다. 배선우(24·삼천리)가 10언더파 공동 8위로 KLPGA 투어 소속 출전자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2승을 모두 역전으로 이뤄내 상금 랭킹 2위를 달리는 배선우는 이날 1타를 줄여 톱10에 들면서 KLPGA 투어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지영(22·SK네트웍스), 김지현(27·한화큐셀), 이정은(22·대방건설)은 나란히 6언더파 공동 14위로 마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내년부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신 K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인지는 “지난주 인터내셔널 크라운 우승이 좋은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았지만 오히려 부담도 됐는데 오늘 우승하게 돼 기쁘다. 2년간 믿고 기다려주신 팬들과 스폰서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마음이 힘들었는데 악플(악성댓글)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4월에 별 의미 없이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근거 없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이런 경험으로 ‘선플(착한 댓글)’ 운동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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