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이슈에 따른 대규모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경제협력 재개 분위기로 관련 기업들의 물량도 대거 거래되며 블록딜 시장이 활성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시장조사 전문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진행된 전체 블록딜은 총 17건으로 6조 5,618억원(57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27건, 5조9,452억원이 거래된 것을 이미 넘어섰다. 거래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규모가 커진 것은 삼성·현대차 등 그룹사의 대규모 블록딜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블록딜의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은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물산(028260) 지분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았다. 삼성SDI는 지난 4월 삼성물산 지분 전량(2.11%, 404만주)을 5,599억원에 매각했다. 9월에는 삼성전기, 삼성화재(000810)가 삼성물산 보유 지분 3.98%(761만7,292주)를 매각했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는 각각 3,193억원, 6,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모간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는 2006년부터 12년 동안 보유해온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로템(064350) 지분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17.93%를 총 4,759억원에 매각했다. 현대로템이 남북 정상회담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결과다. 비슷한 시기에 NH투자증권도 현대제철(004020) 지분 2.99%를 2,456억원에 매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CJ대한통운(000120) 지분 전량을 블록딜로 처분했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홀딩스가 들고 있던 코웨이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1조원 규모의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지분 블록딜을 진행했다.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인수·합병(M&A)도 블록딜이 늘어나는데 영향을 미쳤다. 9월 말까지 국내 기업들의 M&A는 총 1,293건, 66조3,056억원 규모였다. 대기업들은 사업구조 개편, 사업 다각화, 일감 몰아주기 해소, 중소·중견 기업들은 가업승계 이슈로 M&A 시장에 참여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블록딜 거래는 보안, 해외 네트워크 등의 강점으로 외국계 IB들이 여전히 강세”라며 “비교적 오랜 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장기투자펀드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