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류세 인하 추진은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돼 경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분히 단기 경기부양 측면이 짙은 것이다. 어쨌든 정부가 기름 값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 다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기름 값이 원가보다 세금이 더 많은 기형적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유류세는 휘발유 기준으로 에너지교통환경세(ℓ당 529원)를 비롯해 교통세와 주행세 등 이런저런 세금이 ℓ당 900원가량 붙는다. 기름 값의 60% 정도가 세금이다. 국제유가가 아무리 오르거나 떨어지더라도 기름에 붙는 세금을 정액으로 무조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 문제는 국제유가가 들썩이거나 반대로 급락하면 늘 제기돼왔다. 정부가 탄력세율을 적용해 한시인하로 생색만 낼 것이 아니라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유류세 전반의 세제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유류세는 원래 특별소비세의 일종으로 부과되다 “기름이 사치성 소비재냐”는 논란이 일면서 ‘교통세’와 ‘에너지교통환경세’로 차례로 이름이 바뀌었다. 유류세를 영구적으로 내리면 에너지 과소비 억제와 지구온난화 방지 등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언제까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 기름 값 구조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