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전 둔산동 통계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김낙년 동국대학교 교수는 ‘통계청 소득 조사의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며 “가계부 기입 또는 면접조사 방식을 취하는 가계동향조사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을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중간소득층만 과대 대표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면서 “통계청이 이 조사를 새로 보완·개편한다 해도 문제 개선이 어려워 분기별 결과 발표 때마다 정치적 공방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소득 통계 및 분배 연구 권위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구로 참고인이 됐지만 지난 2016년 국감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참고인 신청을 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를 바탕으로 가계동향조사가 근로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검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동향조사는 근로소득 연 1,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실태를 국세청 자료 대비 절반 정도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 6,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고소득층 비중이 높은 금융소득은 거의 파악하지 못했다.
2016년 기준 국세청 자료 대비 가계동향조사의 금융소득 파악률은 3.6%에 머물렀다. 반면 중간층인 연 1,000만~6,000만원 소득층은 과대 파악되는 모습이었다. 김 교수는 “가계동향조사는 정확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예산을 많이 투입하거나 표본을 개선한다고 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폐지예정이었던 가계동향조사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청와대의 개입으로 부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청와대가 통계청에 ‘가계동향조사 정책 활용 및 중단시 문제점’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저 이메일이 오면서 통계청은 부랴부랴 (가계동향조사 소득조사를)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의 소득이 10.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던 지표는 올해 1~2분기 최악 수준으로 악화하며 통계 신뢰성 논란을 가져왔다. 급기야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사흘 뒤에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경질됐다.
한편 국감에서는 통계청이 공표 전 통계 자료를 관계 기관에 사전 제공함으로써 청와대의 통계 ‘마사지’를 위한 창구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년 4개월 간 통계청이 총 456건의 통계자료를 관계 기관에 공표 전 제공했다고 밝히며 “공표 전 통계 사전제공은 당초 부조리한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인데, 통계청이 방만한 운영으로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통계청장이 바뀌자마자 사전 통계 자료 제공 기관은 기존 6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정부 부처가 아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와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이 추가됐다. 통계청은 “통계법 상 공표 전 사전 자료 제공은 관계 기관이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 가능하다”며 “법적 검토 거쳐 제공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