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확장세를 그칠 줄 몰랐던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만리장성 앞에 멈췄다.
16일 중국승용차시장연석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자동차 판매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이름은 없었다. 중국은 연 3,000만대 규모의 자동차가 판매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80만대, 기아차는 50만대 등 약 13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179만대) 정점을 찍은 뒤 현지에서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현지 판매 실적이 후진하는 것은 사드 보복을 겪는 시기에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도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전후로 글로벌 판매량이 800만대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을 때 현대는 중국 쓰촨성(16만대) 공장을 신설하고 베이징·창저우·충칭공장의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기아차도 44만대 수준이던 옌청공장의 생산능력을 같은 시기에 89만대까지 늘렸다. 현대·기아차는 중소형 세단 위주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는데 이 시기 중국의 자동차 수요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 위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3년 창청자동차가 SUV ‘하발’을 내놓으며 인기를 얻었고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고급차 판매량도 늘어났다. 이후 사드 보복 사태가 터지면서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급락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결국 중국 생산물량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량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로 경기가 후퇴하며 현지 자동차 소매판매량이 줄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중국 자동차 판매는 전년에 비해 13%나 줄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SUV 흐름을 한 박자 놓친 것과 중국 업체의 급부상, 사드 보복, 고급차 판매 증가 등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쳤다”며 “현지 경기 부진과 신차가 나오는 사이클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넛크래커’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프리미엄폰은 애플 아이폰 브랜드에, 중저가폰은 중국 화웨이·샤오미의 가성비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영업이익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영업이익에서 62%를 점유했지만 삼성전자는 17%에 그쳤다. 이는 아이폰 평균판매단가(ASP)가 724달러인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는 247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이폰XS 시리즈 출시로 인해 올해 4·4분기 아이폰 ASP가 750~77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과 삼성전자의 ASP 격차는 500달러 이상 벌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성장세가 높은 신흥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20% 수준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은 0%대로 떨어졌다. 압도적 1위를 기록했던 다른 신흥 지역 국가에서도 중국 업체와 1위를 놓고 경쟁하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A 시리즈에 트리플·쿼드 카메라를 탑재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 자체가 스마트폰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권경원·구경우 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