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는 1m를 100만분의1로 나눈 것이며 1㎚(나노미터)는 1m를 무려 10억분의1로 쪼갠 것이다. 1㎚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1 수준이다. 물질은 나노 단위로 작아지면 표면적이 증가해 구조나 성질 등이 달라진다. 탄소원자로 이뤄진 흑연의 경우 육각형의 판 모양으로 쌓아올린 형태로 물러서 연필심으로 쓰이지만 나노 단위로 쪼개 재구성하면 전혀 다른 물질이 된다. 흑연의 판 하나가 말려 관 모양을 한 탄소나노튜브가 강철보다 100배나 세고 탄성도 높으며 전기도 잘 통하고 열도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극미세가공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나노기술(NT)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질화붕소 나노튜브를 활용한 세라믹 필터로 공장 굴뚝에서 검댕을 포집해 태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실험실에서는 99%까지 제거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세규 박사는 “미세먼지는 35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연소돼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나 질화붕소 나노튜브는 900도까지 타지 않는다”며 “미세먼지에 맞춰 필터 크기를 조절하고 필터를 통과한 입자의 유속을 느리게 한 뒤 그 자리에서 태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KIST 측은 재활용이 가능한 나노 세라믹 필터 기술을 1~2년 내 완성해 화력발전소 등에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바이러스 정제, 수 처리, 식품 정제, 우주항공, 전자, 자동차, 원자력 분야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을 개인 마스크에도 쓸 수 있으나 그 크기의 나노튜브 재료비만 10만원이 넘는 게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오는 2030년에는 지금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화석연료원이 80% 이상 될 것”이라며 “최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효율 26%)의 절반 이하 가격에 효율이 23% 이상까지 따라붙었다”고 소개했다. 금속 나노 전극을 활용해 모듈을 만드는 이 전지는 햇빛을 잘 흡수해 화석연료원과 발전단가가 같아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식물의 광합성을 본떠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소를 얻는 인공나뭇잎 기술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세균의 수십분의1 크기로 혈액과 체액 안에서 자체 추진력으로 헤엄쳐 움직이는 나노로봇 개발 또한 진행되고 있다. 실리콘으로 된 이 로봇은 자기장으로 조종되는데 암세포를 공격하고 약물을 전파하게 된다. ‘DNA 나노로봇’ 연구 권위자인 채드 머킨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난해 말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노기술이 암은 물론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등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데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확정된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2018~2027년)를 보면 나노기술을 활용한 미래 기술로 초고효율 태양광발전과 연료전지, 인공나뭇잎, 에너지자립주택,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약, 거부반응이 없는 인공장기, 세균을 막아주는 의류, 젊은 피부를 유지해주는 화장품, 우주에서 한 알로 해결되는 식사, 신속하게 조난자를 찾는 구조 마이크로로봇 등이 있다. 인간 두뇌 수준의 인공지능, 대용량 고속 메모리, 속도 무제한의 통신, 자유자재 디스플레이, 무충전 드론, 옷처럼 입을 수 있는 배터리, 인간처럼 느끼는 사이보그, 오감 센서를 통한 스마트폰으로 맛보기 기술도 포함돼 있다. 나노기술이 발전하면 집적회로가 획기적으로 발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oT와 반도체 기술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은나노 입자를 다량 흡입한 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폐와 간에 독성을 나타낸 것처럼 나노기술을 안전하게 쓰는 게 과제로 꼽힌다. 최진희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나노물질은 물리화학적 특성별로 독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나노기술의 발전에 맞춰 반드시 안전성을 확인하며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