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백브리핑] 헝가리 "대학서 젠더연구 금지" 연구비 지원 대상서 제외한다는데

헝가리 정부가 대학에서 젠더(gender·성) 연구를 전면 금지했다.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지난 13일 젠더 연구 관련 과목을 대학 석사학위 과정과 연구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대학이 젠더를 주제로 새 과정을 개설하는 것도 금지했다.

졸트 셰몐 부총리는 “젠더 연구는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라며 “대학에서 배워야 하는 과목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젠더 연구자를 채용하려는 수요도 없다”며 “이 분야에 공공자금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중앙유럽대학(CEU)은 성명을 통해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젠더 연구 금지는 헝가리 학계와 민주적 공공정책을 위해서도 손실”이라고 밝혔다.

■자율성 논란 감수하고 추진 왜

젠더 연구는 ‘과학 아닌 이데올로기’ 규정


이면엔 반정부 정치 집단 견제 의도 깔려





오르반 총리가 학문의 자유 논란을 감수하며 이번 조치를 내린 것을 두고 현지 비평가들은 헝가리 정부가 대학의 독립성을 억누르고 정부의 보수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 집단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헝가리에서 젠더 연구 과정을 제공하는 두 개 대학 중 한 곳인 CEU는 오르반 총리가 ‘정적’으로 여기는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학교로 ‘진보주의의 보루’로 여겨지는 곳이다. 헝가리 태생인 소로스는 열린사회재단(OSF)을 통해 헝가리에서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하며 난민들을 돕는 시민단체들을 지원해왔다.

이에 오르반 총리는 소로스가 시민단체를 앞세워 헝가리에 난민을 유입시키고 유럽 기독교 문화를 훼손한다며 그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친정부 매체를 동원해 비판해왔다.

앞서 헝가리 정부는 CEU를 겨냥해 본국에 캠퍼스가 없는 외국 대학은 인가를 불허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법의 시행은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미뤄놓은 상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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