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공시생)들이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논란이 한창인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하반기 신입 공채 전형 중 면접이 시작돼 지원자들 사이에서 자칫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호소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7급 신규직원 공채에 대한 면접전형이 전날 시작돼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총 662명을 뽑는 이번 공채에는 3만563명이 지원해 46.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가운데 필기시험을 통과한 935명이 면접대상이다. 최종합격자는 다음달 5일 발표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직원 평균연봉이 6,791만원이며 정규직은 60세 정년을 보장받는 곳이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불린다. 일부는 ‘신이 숨겨 놓은 직장’ 또는 ‘신도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특혜 의혹이 불거져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측은 “채용과정은 투명하다”고 밝히면서 의혹을 일축했지만 면접 지원자들은 ‘혹시나’라는 마음에 초조함을 나타내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이번에 면접을 보는데 특혜가 있다는 의혹이 있어 뒷배경도 없는 나는 괜히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보였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한 취준생은 “나는 이번에 서울교통공사에 지원했으나 필기시험에서 떨어져 면접은 안 보지만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을 위해 투명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우리 스터디그룹 중 서울교통공사 면접을 치르는 사람은 면접도 보기 전에 ‘나는 흙수저인데…’라며 괜한 자괴감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진행된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교통공사 직원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이곳에 취업하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공부하는 취준생은 어찌하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문제를 지난해부터 제기해온 유민봉 한국당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의 특혜 불공정 의혹은 이미 공사의 손을 떠났다”며 “지금부터 정직만이 답이라는 자세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 의혹은 시대적 요구인 고용 분야 양극화를 해결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생겨난 일”이라며 “만약 비리가 있다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직접 감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감사원에서 감사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규직이 된 직원 중 내부 직원의) 친인척이 많은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사는 블라인드 채용절차를 밟고 있어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가족관계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채용과정에서 친인척을 걸러내기 어려움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