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신호만 주고 또 동결된 기준금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11개월째 동결이다. 다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두 명으로 늘어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인상 쪽이라는 데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그동안 금통위는 소수의견 제기 이후 대체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소수의견의 등장은 기준금리 변경을 위한 사전적 신호로 시장은 해석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깜빡이를 켜놓고서 또다시 동결한 것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앞서 9월 금통위에서도 그랬다.


시장에서는 당초 금리 동결 관측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최근 들어 곧바로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급속도로 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왔다. 이달 초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고 판단되면 금융안정을 비중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성장률과 물가는 이 총재가 언급한 수준과 엇비슷한 상황이어서 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화했다. 시중 금리가 최근 뜀박질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추가 긴축 예고 영향도 있지만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한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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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금리 동결 결정은 한은의 경기 하향 전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2.9%에서 2.7%로 끌어내렸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고하고서는 금리를 올린다면 엇박자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중한 통화정책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래도 저래도 어려운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지만 깜빡이를 켰다면 신호대로 움직이는 게 순리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에도 동결한다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포인트로 확대된다.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마저 더 벌어지면 자본유출을 비롯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경기가 더 추락하기 전에 선제적 안정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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