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 증시 하단이 어디쯤일지 파악하기 어렵다.” 출렁이는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탄식이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대형 기업들의 펀더멘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 전반에 하락 압력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망을 권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그나마 변동성이 낮은 필수소비재, 5세대(5G) 이동통신 등 일부 정보기술(IT) 관련주 등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58% 반등한 2,550.47에 장을 마쳤다. 장 중 4년 만의 최저점(2,449.2)까지 떨어진 후 강하게 반등하는 모양새지만 중국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비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 경제지표 개선 등의 강한 반등이 필요하지만 올해 말까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심지어 미국의 추가 관세 때문에 내년 1·4분기 경기지표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선반영돼 4·4분기 증시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찐링 KB증권 연구원도 “지난 3월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후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락세이고 반등 모멘텀마저 부족하다”며 “무역분쟁 장기화, 위안화 약세에 내부적으로는 경기 둔화, 금융 레버리지 축소, 부동산 규제 등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투자심리가 이미 상당기간 위축됐고 약간의 추가 악재만 나타나도 증시가 재차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는 22.88%나 하락했다. 전 세계 증시에서 가장 하락폭이 크다. 증발한 시가 총액은 무려 3,40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시가총액(약 1,732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다만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4·4분기 중국 증시의 성과와 이달 말 4중전회 등 4·4분기에 몰린 정치 이벤트를 기점으로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 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문 연구원은 “구조적 리스크와 경기 우려까지 더해져 하락 압력이 높지만 4중전회를 기점으로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연말 투자 확대, 무역협상 진전 가능성, 4·4분기 정치 이벤트 등을 중심으로 중국 증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으로 방향이 모였다. 찐 연구원은 “대형주 대부분은 기업 펀더멘털에 별문제가 없다”면서도 “전반적인 시장 흐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목별 호재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분간 관망하거나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라는 조언이다.
문 연구원과 최 연구원, 정 연구원이 공통으로 추천한 섹터는 소비재다. 최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를 내다보고 투자한다면 시장 방어적인 성격의 필수소비재, 그중에서도 음식료 등을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정 연구원은 추천 업종·전략으로 실적이 좋지만 밸류에이션은 낮은 IT, 고배당주, 건설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