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여일 안에 자신과 북측 카운터파트 간 고위급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이자 사실상 ‘비서실장’ 격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특사 자격 방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약 열흘 내에 자신과 북한 측 카운터파트의 고위급 회담들(senior leader meetings)이 ‘여기’에서 열리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회담 개최를 건너뛰고 직접 북미 고위급 간 회담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의제 조율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실무회담의 ‘방향’을 조정하려는 것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카운터파트’가 누가 될지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여정 부부장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여정은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7일 제4차 방북 때 김정은 위원장과의 단독면담에 배석했을 정도로 북미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협상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섰으나,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거친 스타일’로,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미 외교통인 리용호 외무상 역시 지난 9월말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폼페이오-리용호’ 회동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거나, 둘 간 ‘케미(궁합)’가 좋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에 ‘신선한’ 인물이라는 점도, 그의 방미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김씨 일가’라는 상징성과 함께 실세로서 논의의 재량권을 많이 가졌다는 장점이 있는 인물이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미가 치열한 기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부드러운 이미지의 김여정이 미국 방문을 통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외교 이벤트의 ‘최적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의 방미가 성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전달하고,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는 등의 일정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 딸인 이방카 트럼프와의 대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