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한 주요 업종의 불황이 심화하면서 전국 산업 거점 지역의 고용난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면서 수도권과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의 청년 고용률 격차가 커지는 모양새다. 전북의 경우 청년 고용률이 30%선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2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 3·4분기 전국 청년(만 15~29세 미만) 고용률은 42.9%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올랐다. 서울과 경인지역, 충청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광역 지방정부 중에는 청년 고용률 40%선이 무너진 곳도 있어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태다.
부산(39.7%)을 비롯 울산(39.0%), 대구(38.0%), 대전(38.8%), 광주(40.0%) 등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의 청년 고용률은 전국 고용률을 밑돌았다. 전북(30.7%)을 비롯 전남(37.2%), 경남(40.0%), 경북(38.3%) 등 영·호남 지역도 40%선을 회복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특히 전북의 청년 고용률이 악화일로다. 한국GM과 현대중공업이 군산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면서 고용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 전북 경제가 황폐화하면서 실업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인구도 1만명 이상 줄어 185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지난 달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보면 전북 지역 자동차 제조업 피보험자는 불과 1,7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0.9% 감소했다. 도내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가 사실상 1,700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2010년대 초반부터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이 베트남으로 옮겨가면서 경북 김천·구미시의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자동차·조선처럼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던 주요 중후장대 산업이 부진하면서 사실상 청년 일자리가 몰리는 지역은 수도권과 반도체 산업이 밀집한 충청권 뿐이다. 3·4분기 인천의 청년 고용률은 47.3%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45.9%)과 경기(45.9%), 충북(47.1%), 충남(45.7%) 등이 청년 고용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부는 앞서 경남 거제시와 통영시, 고성군, 창원 진해구, 울산 동구, 전북 군산 등 6곳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취업 지원 등을 위해 1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기에 민감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해외 수출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역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영·호남 지역의 청년고용률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