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목하는 최우선 건강 이슈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며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기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은 경제성장과 생활환경의 변화로 지난 1990년대 이후 급증했으며 최근에는 고도비만이 빠르게 늘고 있다. 소아비만의 증가는 당뇨병 등 연관 질병을 증가시켜 향후 의료비 부담 가중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20~30대에 비만 동반질병 발생이 증가하는 현상이 시작된 만큼 소아청소년 비만이 급증하는 현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최근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확하게 비만 정도를 인지하고 치료 지침을 따르는 경우는 드물다. 비만을 예방하고 연관 질병 발생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영유아 시기부터 적절한 성장과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소아청소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질병 발생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비만 합병증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생애주기 검진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다. 6세 이전 영유아에 대한 7차례의 검진은 병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이후 검진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유아 검진과 학교 검진을 잘 활용하면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검진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비만 예방을 위해 조기 개입하려면 초등 1학년 검진이 필요하다. 7차 영유아 검진 이후 초등 1학년 학교 검진 사이에는 1년 가까운 검진 공백기가 존재한다. 길게는 초등 4학년 검진 때까지 약 4년의 의료 공백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초등 저학년에서 성조숙증 등 비만 합병증이 증가하는 것도 초등 1학년 검진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비만 평가에서 체질량지수(BMI)나 신장별 체중을 사용할 때 소아청소년에서는 ‘연령·성별 백분위수’를 확인하고 상위 85% 이상이면 과체중, 95%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한다. 비만 동반질환 선별검사 대상의 기준은 과체중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 기반 비만 동반질환 선별검사 기준은 비만이어서 과체중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 이유로 과체중의 위험성이 간과돼왔으니 바로잡아야 한다. 질병 가족력(부모·조부모 포함)이 있는 과체중 소아청소년이라면 동반질환 선별검사가 더욱 필요하다.
학교 검진에서 위험성이 확인됐어도 결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병원에 와서 치료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므로 학교와 병원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키와 체중을 측정하고 꾸준한 검진으로 성장과 영양 상태를 연속적으로 평가해 개인별 성장 상태와 사춘기, 비만도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검진의 기본이자 핵심 사항이다.
또한 가족력과 생활 습관을 개인별로 평가해 질병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익히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비만학회에서는 ‘펀&런(FUN & RUN) 건강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학교·지역사회를 연계해 즐겁고 신나는 건강생활을 체험하고 바른 생활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러한 노력은 건강 100년의 초석이 될 것이며 학교와 의료 현장에서 공통으로 다뤄져야 한다. 학교 기반 검사 결과를 개인별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개인별 위험도의 정확한 인식은 비만 치료 시작의 출발점이다. 학교 기반으로 학생 건강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검사 결과에 따라 병원진료로 연계되는 중재 시스템 구축은 최우선 과제다.
/홍년희기자 hong82@sedaily.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