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A(30)씨는 지난해 말 3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왔다. 취미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늘면서 전업 ‘크리에이터(유튜버)’로 활동하기 위해서다. 유튜버가 된 지 10개월이 흐른 지금 A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10만명에 육박한다. 유튜브 광고 수익에 제품 협찬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손에 쥐는 돈은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 못지않은 수입을 얻게 된 A씨가 올해 낸 세금은 ‘0원’이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서비스 등 디지털 분야에서 수익을 얻는 이들의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과세 방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디지털 분야의 개인 소득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구독자 수가 10만명을 넘는 국내 유튜브 채널은 1,275개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367개였던 수치가 불과 2년 새 2.5배가량 급증했다. 인기 유튜버가 벌어들이는 돈은 상당하다. 유튜브는 유튜버가 제작한 영상에 광고를 삽입하고 그 수익을 유튜버와 배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게임 전문 크리에이터인 ‘도티’와 ‘대도서관’은 각각 15억9,000만원, 9억3,000만원의 광고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유튜버가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과세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튜버 과세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MCN(Multi Channel Network·유튜버 매니지먼트사)기업에서 소속 유튜버의 수익을 원천징수하는 방식과 개인 유튜버에게 종합소득세를 받는 방법이다. 전자는 과세가 이뤄지는 반면 후자는 개인이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으면 소득을 알기 어려운 구조다.
더욱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매출 관련 자료를 한국에 제출하지 않는다. 국내 유튜버에게도 미국 달러로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 국세청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화 1만달러(약 1,136만원) 이상을 입금받은 사람은 모두 통보받고 있어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허점은 많다. 구글이 국내 매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유튜버의 수입을 정확히 알 방법이 사실상 없는 탓이다. 한승희 국세청장 역시 10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버 과세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513명에게 신고 안내를 한 적은 있지만 세무조사는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에어비앤비는 주택 호스트가 방이나 집 전체를 공유해 수익을 얻는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 2016년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일부로 공유민박업을 도입해 에어비앤비를 제도권으로 끌어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 에어비앤비 호스트 대부분은 불법적인 ‘숙박업’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특성상 단속도 쉽지 않다. 특히 여러 채의 주택을 매입해 ‘기업형’으로 공유 숙박업을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유튜브나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문의도 많아지는 추세”라며 “웬만하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더라도 정부가 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