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960년대 초 이후 수출산업의 급신장을 통해 고도성장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룩했다. 이는 단기간에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제개발의 성공사례로 국제사회에 널리 인식되고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배우려 하고 있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1997년 한국개발원 국제정책대학원(KDI School)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알려진 한국 경제개발의 성공비결은 시장원리와 정부개입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의 ‘절묘한 조화’에 기반한다. 최근 베트남과 중국의 성공사례는 정치적 권위주의와 경제적 시장원리의 조합인 이른바 한국의 ‘박정희 패러다임’을 자국에 적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정부 차원의 사회개발 노력은 1970년대 후반에야 비로소 시작됐다. 경제개발에 성공해 자신감을 갖게 된 한국 정부는 1977년에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도입했고 KDI에 사회개발부도 설치해 운영했다. 그리고 1982년 시작된 제5차 5개년 계획의 명칭을 ‘경제사회발전 계획’으로 변경하면서 사회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추진됐고 1995년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한국에서의 사회개발은 완성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한국에서 사회서비스 부문의 발전에는 정부보다는 민간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전쟁으로 고아와 과부가 속출하자 민간단체(NGO)들은 외국 NGO의 지원을 받아 사회복지시설을 설립·운영하기 시작했다.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됨으로써 사회복지사업의 범위가 정해졌고 이 분야에서 민간과 정부의 역할도 명시됐다. 또한 이 법은 전쟁 중이던 1952년 부산에서 설립된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민관 간 가교역할을 하도록 명시했다. 1990년대부터 사회복지관 설치·운영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단위의 민간 사회복지활동은 사례관리를 통한 전문화의 길을 가게 됐다. 이에 더해 1988년부터 일선 지방행정 현장에 사회복지전문인력이 배치되기 시작했고 최근 정부가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공공 부문의 사회복지전달체계 역시 자리 잡게 됐다.
이와 같이 한국은 ‘선(先) 경제개발, 후(後) 사회개발’ 전략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구사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 분야 국제기구는 경제개발과 사회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전략’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경제개발과 사회개발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정책목표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1992년 브라질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시작됐다. 이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용어가 개발도상국 발전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는 2015년 유엔이 17개 분야 169개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를 설정해 전 세계가 이를 실행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9월6일 역대 정부 최초로 사회 분야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목표로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제협력사업은 사회개발보다는 경제개발 부문에 편중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표적 대외협력 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의 절대 다수가 경제개발 부문에 집중돼 있다. 또한 한국의 발전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하는 지식기반개발협력사업(KSP) 역시 경제개발 사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포용적 발전이 강조되는 국내외 여건 변화와 한국이 사회개발 분야에서도 많은 성공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경제개발과 사회개발 간 균형을 잡아야 하는 전환기에 이르렀다. 일례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최근 몽골·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세계사회복지협의회(ICSW)로부터 사회복지전문가 육성 분야에서 국제협력사업을 펼쳐 줄 것을 요청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개발 분야의 국제협력을 전담하는 전문기구 설립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