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쫓기듯 평양공동선언 비준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23일 국무회의의 심의 의결을 거쳐 비준했다. ‘평양선언은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평양선언의 모태가 되는 판문점선언은 아직 국회 비준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행합의서 비준을 마쳤으니 앞뒤가 바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평양선언 비준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도로 연결을 포함해 남북이 실무협의 중인 협력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선언이다. 정부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국민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수년간 조 단위가 넘는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 정부의 일방적 비준에 우려를 표하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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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속도를 내면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당초 예상했던 미국 중간선거보다 두 달가량 늦어진 내년 1월1일 이후로 예상했다. 군사·사회간접자본 분야의 남북 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비핵화는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통해 대북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려 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히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대북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국이 남북협력에만 매달린다면 국제사회의 따돌림은 물론 한미공조 균열로 비핵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한반도의 영구 평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잡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발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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