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임상시험은 판타지 액션이 아니다

이병일 ㈜HBA 대표

임상 모집 철저한 심의 등 거쳐

드라마의 조작·불법행위 장면

막연한 불안과 오해 조장 우려



최근 지상파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판타지 액션 드라마 ‘배드파파’에서는 재정적으로 무능한 아빠(장혁 분)가 ‘값비싼’ 임상시험에 지원해 슈퍼 약을 먹고 슈퍼맨이 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인물 전환의 중요한 계기로 설정된 임상시험과 관련한 장면에서 대중의 오해가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임상시험과 관련한 드라마적 장치가 현실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은 영화에서 종종 소재로 차용되는 ‘장기밀매’나 ‘불법 가짜 약’ 유통용 불법 전단지 같은 매체로 참여자를 모집하지 않는다. 임상시험 모집은 국가에서 지정한 공인된 병원(임상시험 실시 기관)에서 객관적인 전문가가 참여한 임상심의위원회(IRB)를 통해 세부적인 모집공고 양식을 엄격히 지켜 사전심의를 받고 진행된다. 양식과 내용 또한 글로벌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후유증 평생 보장’ 같은 유인 알선 문구는 원천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모든 임상시험 과정의 기록은 제3의 검수(QA) 기관이 까다롭게 사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임상시험 목적 외의 약을 투약할 이유나 필요가 원천적으로 없다. 공식적 검증 절차인 임상시험에서 가짜 약이 과학적 합리성과 증거에 기반한 임상을 통과할 리 없고 시장에서 출시될 수도 없다. 시판된 후에도 임상시험에서 발견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후임상(4상) 과정으로 시장에서 즉시 퇴출되는 절차를 거친다. 드라마처럼 신약 개발 과정 자체가 인위적인 조작으로 앞당겨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정한 약물 또는 시술이 프로토콜에 따라 바르게 진행됐는지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약리성을 검증하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은 없는지 증거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과학적 합리성을 따르는 절차가 바로 임상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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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드라마에서처럼 안대를 쓰고 비밀시험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공인한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드라마에서 말한 ‘각서’가 아니라 임상시험 참여자는 투약되는 약물이나 시술법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임상시험 참여 승인 동의서’에 승인한다. 무슨 약인지도 모르고 복용하는 ‘비밀주의’가 아니라 모든 임상시험 모집 정보가 공개되며 정보 접근권 또한 보장된다.

임상시험의 산업적 이익도 개인의 인권에 우선하지 않는다. 모든 임상시험은 본인이 희망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아무리 판타지 액션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상상력이 아쉽다. 개연성이 없는 내용은 자칫 생명윤리를 경시하고 임상시험에 대해 막연한 불안과 오해를 조장할 수 있다. 또 ‘치료적 오해’가 지나쳐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윤리적으로 ‘잘못된 임상시험’으로 오해하는 미디어의 관점도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임상시험이 젊고 건강한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로 인식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 당장이라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임상시험’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아르바이트’가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임상시험 선도국이자 바이오 강국으로 주목받는 지금 ‘배드파파’의 비현실적 설정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임상시험은 과학적 검증을 위한 절차이지 결코 ‘판타지 액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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