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14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뒤 대구은행 이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달 19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핵심은 지주사가 모든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을 통할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대구은행과 DGB생명은 해당되지 않았다. 또 은행장 자격 요건도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에서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몇 CEO를 제외하면 임원을 5년 이상 한 금융인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DGB금융 내에는 이를 만족하는 임원이 없다.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만이 연말이 지나야 4년이 된다. 장기간 대행 체제를 이어가거나 회장의 행장 겸직이 아니면 외부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물러난 임원들은 대부분 각종 스캔들에 걸려 있고 그룹 내부에 경력을 갖춘 대상자가 없어 (차기 행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곧 차기 회장이 될 가능성이 큰 은행장은 은행만 알아서는 안되고 그룹의 8개 업종에 대해 다 알아야 하므로 여러 경험이 필요하다”고 자격요건 강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번 방안이 김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김진탁 대구은행 이사회 의장은 반대성명을 통해 “은행장 추천을 지주사 아래 자회사추천위원회가 맡으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도록 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사외이사가 행장 추천권을 갖는 것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고 은행 이사회가 생각하는 데 다른 금융지주사가 모두 하는 것을 어깃장을 놓으니 답답하다”면서 “최대한 설득을 하겠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기 행장을 뽑기 위한 임추위도 깜깜 무소식이다. 지난 5월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을 내정했다가, 김 내정자가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7월에 사퇴한 뒤 전혀 움직임이 없어 결국 지배구조 개정을 위해 미룬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내홍이 커지는 과정에서 DGB금융 내에 뿌리 박힌 계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박인규 전 행장 시절의 구체제 인사였던 은행 사외이사진들이 신 체제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을 비롯해 서균석·김용신·서인덕 등 4명의 은행 사외이사 중 3명은 영남대, 1명은 대구상고 출신으로 박 전 회장과의 학연도 얽혀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양대 계파 중 하나인 경북고 출신의 김 회장 라인과 대구상고 및 영남대 출신의 박 전 회장 라인 간 갈등이 불거진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DGB금융지주의 조해녕·서인덕 사외이사도 경북고 동문이다.
금융노조 대구은행지부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외부인 지주 회장을 선임한 이유는 줄대기, 파벌, 자기 사람 심기가 만연했던 과거 폐습을 끊어내는 조직 쇄신을 위한 것”이라며 “조직을 사유화하거나 특정인을 은행장으로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면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도 은행장 공석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올 초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안에 맞춰 DGB금융이 새로운 방안을 내놨기 때문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저촉되는 문제는 없다”면서도 “현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은행장 공석이 길어질 수 있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