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운영비가 설립자·원장의 외제차량 리스비뿐만 아니라 개인 휴대폰 사용료, 전기요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이력 조회 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등 기본적인 업무도 수행하지 않은 유치원이 상당수였다. 전국 유치원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학부모의 공분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시도교육청은 25일 감사 결과 비리가 적발된 전국 유치원 명단을 일제히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운영비가 설립자나 원장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인천의 청라새싹유치원의 설립자는 지난 2013년 레인지로버 이보크, 벤츠 등 외제차량 2대의 리스비를 유치원 회계로 처리했다. 리스비만도 총 9,759만원에 달했다. 인천 보나유치원의 원장도 벤츠 리스비로 970만원을, 부개대동유치원의 원장은 베라크루즈 차량의 할부비 680만원을 유치원 운영비에서 지출했다.
경남에 있는 한마음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관련 출장 및 원아 수송에 사용된다는 점을 내세워 제네시스 개인 차량의 임차비 4,575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개인 휴대폰 사용료, 건강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을 운영비에서 빼 쓴 경우도 다반사였다. 부산 동래새싹유치원은 2011년부터 2014년 7월 말까지 설립자와 원장의 자택 도시가스 요금 248만원, 휴대폰 요금 574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집행했다. 개인용 차량 유지비도 총 119건에 2,348만원을 지출했다. 인천 강화의 삼성유치원은 설립자의 40만원이 넘는 단란주점 비를 유치원 공금으로 냈다가 경고 처분을 받았다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설립자·원장의 가족까지 부정하게 챙겨준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서울유치원의 설립자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5회에 걸쳐 2억원가량을 시설 공사비, 교재 교구 구입비 명목으로 자신의 아버지 계좌에 입금했다. 서울의 벧엘유치원은 원장뿐만 아니라 원장 남편의 개인차량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수리비 등 총 645만원을 운영비에서 집행했다. 반면 유치원에서 기본적으로 확인했어야 할 업무들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 명일유치원에서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임시 직원을 채용하면서 신원조회와 성범죄경력조회를 하지 않았다. 부산의 꽃사슴유치원은 통학차량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운전기사의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점이 적발됐다. /김지영·오지현·서종갑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