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설명회(IR) 자료 내용을 경쟁 업체의 자료에서 도용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업설명회 자료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인 만큼, ‘독창적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면 법적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25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명 온라인 영어회화 교육기업 ‘야나두’와 이모 부대표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 부대표 등은 온라인 외국어교육 분야 경쟁기업인 S사의 IR 자료 중 일부를 무단으로 도용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야나두의 IR을 앞두고 이 부대표가 만든 자료에는 ‘온라인 학습과 영어학습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높은 수준’, ‘해외여행문화 보편화와 글로벌 서비스·비즈니스 증가 등으로 영어가 여전히 만국 공용어로서 가치 발휘’, ‘스마트기기 사용량 급증으로 콘텐츠 소비의 주요 수단이 모바일로 이동 중’ 등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S사가 1년 전쯤 만든 IR 자료와 일부 표현이 똑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표현들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이 판사는 “S사 자료의 표현이나 내용은 사실에 해당하는 정보를 동종업계에서 사용하는 통상의 표현방식으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며 “누가 작성해도 같거나 비슷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어 ‘기능적 저작물’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도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분량 역시 전체 약 50면 중 5면에 불과해 비중도 미미하다”며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법익은 자료수집의 노력이 아닌 표현의 창작적 구성”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