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심리할 특별재판부 설치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헌법이 명시한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해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재판부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11월 정기국회 회기 안에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거래 사건이 배당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7곳 가운데 5곳의 재판장이 의혹 관련 인물로 거론됨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여야 4당이 뜻은 모았지만 법안 처리까지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당을 설득하는 문제가 급선무다. 또 국정조사·법관 탄핵 등 국회의 추가 개입 문제와 지난 8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여야 4당 사이에 이견이 크다. 해당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판사회의·시민단체 등으로 구성한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현직 판사 3명을 각각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배치하는 방안을 담았다. 검찰의 ‘재판거래’ 수사가 다음달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돼 그전까지 특별재판부 설치에 실패하면 법원 자체 재판이 시작될 수도 있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위반 문제는 특히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했다. 국회나 시민단체들이 재판부 구성에 개입할 수 없게 한 조항이다. 70년 전인 1948년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전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시 제헌 헌법 제101조에는 ‘국회는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지만 현 헌법에는 특별재판부 관련 조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법원의 기존 무작위 배당 방식이 아니라 외부 인사들의 지정 방식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면 자칫 ‘코드 재판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헌 문제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갑론을박이다. 대체로 판사들은 진보·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위헌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시민사회나 일부 변호사들은 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18일 법원 국정감사에서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은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되지 않은 판사들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라도)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김현 대한변협회장도 최근 “특별검사와 달리 특별재판부는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특별재판부 도입을 촉구했으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재판장들이 사법농단 피의자들로 드러난 이상 사건을 이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이라는 원칙과 현실적인 예외 인정 가치가 충돌하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일단 입법에 하자가 없다면 특별재판부를 도입한 뒤 추후 위헌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