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 카테고리 5(5단계 중 최고 등급)의 제26호 태풍 ‘위투’가 강타한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섬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들이 태풍 경보가 해제된 26일까지도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부터 섬 남서쪽 해안의 대형 리조트에 머물러 온 이모(39·여)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상층인) 5층 객실은 유리창이 깨지고 비가 들이쳐 투숙객들이 4층으로 내려와 복도에서 잠을 자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호텔인데도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바람에 무너질까 두려울 정도였다”면서 한국인 관광객 중 일부는 심지어 장롱에 들어가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다만, 이 리조트는 자체 발전시설을 갖춰 상황이 양호한 편에 속한다. 인근의 다른 대형 리조트는 지난 24일 이후 정전과 단수로 투숙객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경미한 리조트에 이재민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와 같은 리조트에 묵는 오모(37·여)씨는 “다행히 한국인 관광객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자녀 동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리조트인 까닭에 유아용품이 부족하다. 열이 나는 어린이도 있는데 진료를 받지 못할 상황이라 큰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가장 큰 우려는 도로가 통제되고 공항도 폐쇄된 사이판에서 고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괌 데일리 등 현지 언론은 이번 태풍으로 사이판 국제공항 내 시설물이 심한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티웨이 항공은 다음달 25일까지 사이판 공항이 폐쇄돼 운항이 불투명하다고 안내했다. 미국 연방재난방지청(FEMA) 당국자는 “긴급물자를 실어나를 수 있도록 사이판 공항 활주로에서 잔해를 치우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급선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오씨는 “재난에 사람이 죽을 수 있고, 재난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여기서 알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고 외국이라 더욱 무서웠다”며 “그런데 중요한 건 귀국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공항 관제탑 등이 심하게 망가져 복구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외교부는 현재 사이판에 한국인 여행객 1,000여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당국자는 “현재까지 우리 국민의 실종, 사망, 부상 등 피해 신고는 들어온 게 없다”면서 “공항이 언제 재가동될지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2018년 제26호 태풍 ‘위투’는 미국 괌 동남동쪽 1430km 해상에서 지난 22일 새벽 3시께 발생했으며, 중국의 ‘옥토끼’라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