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KB국민은행 직원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노미정 판사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B국민은행 이모 전 부행장과 권모 전 인력지원부장, 오모 인사팀장 등 3명에게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HR본부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국민은행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으나 그동안 청탁 관행을 답습했기에 이를 개인적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은행은 1차적으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이지만 다른 사기업과 달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위기 시 정부 지원을 받는 등 사회적 책무가 부여된다”며 “피고인들은 심사위원들이 부여한 점수를 사후에 조작해 여성을 차별하고 인사청탁으로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켜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 주장에 따르면) 업무를 방해받았다는 국민은행과 심사위원이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고 등급 조작 등이 상당 부분 영업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며 “피고인들이 잘못된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결과로 이를 개인적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KB국민은행은 ‘VIP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등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과정에서 서류전형 결과 여성 합격률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합격자를 늘리려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차 면접전형에서 청탁대상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부정 합격시킨 혐의도 받는다.
이번 재판은 향후 은행권 채용 비리 판결에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한 공판은 다음 달 5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고 KEB하나은행은 같은 달 23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다. 신한은행의 채용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역시 해당 사건을 법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