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강남, 목동, 5대 신도시, 판교.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주택 공급 부족과 부동산 가격 폭등이 자극해 정부가 개발한 신도시들이다. 속도가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각 도시는 단 10년 만에 입주가 시작됐다. 대부분 베드타운으로 교통· 학교·생활 인프라가 항상 문제였다. 그나마 강남은 당시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강제로 강북 학교를 내려보낸 후에야 정상화됐다.
하지만 문제는 매번 반복됐다. 최근의 보금자리아파트, 서울 수서와 위례지구조차 지난 1970년대 반포를 위시한 강남 개발과 큰 차이가 없다. 교통문제는 여전하고 이들 각각의 생활을 연결하는 생태계가 없다. 나중에야 하나씩 첨가하려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거기에 임시방편 또는 급하게 계획을 수정해 버린다.
성남 분당 정자동 업무지역이 대표 사례다. 원래 정자동 주상복합 단지는 업무지역으로 계획됐으나 IMF와 미비한 교통 인프라로 진행에 차질을 빚어 전격 주거지역으로 전환한 곳이다. 또한 1990년대 초반 원주민 이주자 택지로 제공된 상가주택은 시대가 바뀌어도 경직된 규제 제한 때문에 주차난과 슬럼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 개념은 아직도 전국 택지 개발지에 적용된다. 그래서 광교나 동탄 등에서는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공실로 남겨진 상가가 넘쳐난다.
왜 개선되지 않을까. 바로 생활 생태계적 시각 없이 도시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지식산업 사회와 4차 산업 혁명 사회에서 도시구조를 20세기 기능 분업화 시대 개념으로 구성한 게 원인이다. 당장 판교의 디지털밸리를 보면 1960년대 선진 산업화 도시에서 문제 된 도심 공동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책적인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다. 도심 공동화를 일찍이 겪은 선진 산업화 도시들은 도심 내 주거 기능을 부여해 다양한 시간대 이용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가족구조의 변화로 도심 내 주거가 가능해진 것이다.
프랑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구조 변화와 주거문제를 국가적으로 연구했다. 1980년대 파리의 라데팡스 지역은 업무시설과 더불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주거를 근접 거리에 계획했다. 미국 맨해튼 남부 월스트리트와 마주한 배터리파크시티는 단지를 열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독립 주거단지를 구성했다. 샌디에이고는 한발 더 나아가 구도심 지역에 다양한 주거기능을 섞어서 배치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은 개조하고 새 건물은 독립적인 고층 주거로 만든 것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주거지와 업무지역·상업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생태계의 연결성은 보행 가능 거리다. 이웃인 일본 또한 1990년대부터 롯폰기힐즈, 시나가와 역세권 등 네트워크형 집합도심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옆 선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판교조차 보행이 불가한 거리로 기능을 분리해버렸다. 청년 직장인들의 주거지는 아예 고려대상도 아니다.
3기 신도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제발 이번에는 우리만의 도시 생활 생태계를 가진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