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3.5%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효과로 개인 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전쟁 우려로 부진한 기업투자와 수출 감소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3.2%에 이어 3·4분기에도 3%대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오는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3.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4년 3·4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4분기의 4.2% 성장률보다는 둔화됐지만 블룸버그 전망치(3.3%)는 웃도는 수준이다.
미 경제가 3·4분기에도 호황을 지속한 것은 감세 효과로 개인 소비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4% 증가해 2014년 4·4분기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확대와 대형 감세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등 내구 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6.9%나 증가했다.
반면 무역전쟁의 타격이 우려되는 수출은 같은 기간 3.5% 감소해 2016년 4·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 파트너와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앞서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대두 등의 수출을 서둘렀던 2·4분기의 ‘수출 효과’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달러 강세도 수출에 악재로 작용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0.8% 증가에 그쳐 전 분기 8.7% 증가 대비 크게 둔화됐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으로 주택 투자도 4% 감소했다.
주요 외신들은 다음달 6일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경제 호황이 입증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주식의 급등락과 국채 금리 상승,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된 투자자들에게 출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문사 MFR의 조슈아 샤피로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GDP는 아주 단단한 성적표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대대적으로 선전할 소재인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3%를 웃도는 미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성장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재정 지출 효과에 따른 결과라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연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중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 경제의 확장 속도가 냉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3·4분기 GDP 성장률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의 주가 하락이 다가오는 경기 침체의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증시는 기술주의 고점 논란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전날 일제히 상승 마감했지만 아마존 등의 주가가 실적 둔화 우려로 같은 날 시간외거래에서 급락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번졌다. 이에 이날 오전 미 주가지수선물은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