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마지막 풀 필드 대회(시드를 가진 선수는 누구나 참가 가능)를 마친 선수들의 표정에는 많은 것이 적혀 있었다.
28일 끝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으로 시즌을 마감한 ‘엄마 골퍼 3인방’ 홍진주(35·대방건설)와 안시현(34·골든블루), 양수진(27·메디힐) 또한 그렇다.
‘엄마 골퍼’라는 이름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시즌을 달려온 3인방은 후련함과 아쉬움 외에 다른 선수들은 모르는 자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섯 살 아들을 둔 ‘은재 엄마’ 홍진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젊은 후배들과 대회를 뛰며 경쟁하는 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회를 마치고 완전히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가면 저한테는 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반겨주는 아이가 있어 그렇게 기쁘고 위안이 될 수 없다”며 ‘엄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양수진은 지난해 출산 후 올 시즌 복귀한 ‘서은이 엄마’다. 딸 서은양은 이제 막 돌을 지났다. 양수진은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회 때는 아기도 대회장에 오지만 이번 제주처럼 먼 곳에는 데려올 수 없다. 경기 중 순간순간 보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생기면서 연습할 시간이 예전에 비해 부족해지기는 했지만 오히려 책임감과 동기부여는 더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일곱 살 딸을 키우는 안시현은 아예 골프백에 ‘그레이스(딸 이름) 맘’이라고 새기고 다닐 정도로 딸 사랑이 지극하다. 안시현에게 ‘엄마 골퍼’로서의 고충을 묻자 “제 말이 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안시현은 지난 2016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시드 걱정이 없다. 반면 홍진주는 우승으로 인한 시드 보장이 올해까지고 2013년이 마지막 우승인 양수진도 내년 시즌 1부 무대에 잔류한다는 보장이 없다. 둘은 그러나 아직 은퇴를 고민하지는 않고 있다.
자녀를 프로골퍼로 키울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워킹맘들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힘들어서 자녀한테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홍진주의 말에 양수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들은 이내 “뛰어난 재능을 보이면 시켜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강력하게 하고 싶어한다면 언제까지 말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나란히 한발 물러섰다.
/서귀포=성승환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기자 ssh@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