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특별 기고] 韓 대북사업 기대상승, 바뀐 것 있나

제임스 민 변호사·림 넥서스 로펌 파트너

유엔·트럼프 정부, 北제재 유지

韓기업, 섣부른 거래땐 '위반'

제재대상 안되도록 신중해야

제임스 민 변호사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쇄 회동에 힘입어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조심스럽게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근 방북 때는 다수의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해 북한과의 교역증대가 주요 현안으로 논의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들려오는 여러 낙관적 소식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북한에 최대 한도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미 재무부가 한국 시중은행들과 직접 접촉해 대북제재 준수를 당부하며 미국의 치외법권적인 노력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난해 9월 발효된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는 공공사업을 제외하고 북한이나 북한인과 합작하거나 협력하는 행태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을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요인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앞장서 미국인이 아니어도 북한과 여러 사업 분야에서 ‘중대하게(significant)’ 협력하거나 수출입 활동을 하는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대하게’라는 표현은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규모와 빈도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OFAC가 자유 재량권을 가졌고 미국 정부는 남북 간 관계회복을 지지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입장 변화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OFAC의 재량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 대북투자를 하기로 한다면 명심할 점은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가 미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치외법권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가장 공격적인 세컨더리 제재 집행국이다. 통상적으로 치외법권적 제재는 미국 법에 따라 미국인(어느 곳에 있든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미국 제품과 기술(최소허용보조 또는 재수출품 포함), 미국 달러화 사용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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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AC는 보다 광범위한 세컨더리 제재를 발효해 일단 한번 명단에 오르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할 수 있는 특별지정제재대상(SDN)을 통해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라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많은 국제은행들과 물류운송 서비스 회사들, 다수의 기업은 OFAC의 SDN에 지정된 상대방과의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SDN의 하위개념으로서 SDN과 거래하는 외국인과 외국기업을 뜻하는 해외제재포탈자(FSE)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당연히 SDN으로 지정된 기업들과 개인들은 미국과의 교류 중단은 물론 국제은행들과 국제물류회사들 및 여러 해외기업들과의 협력이 불가능해졌다. 이론적으로 한국인과 한국 기업들도 미국이 제재 조치를 통해 금지하고 있는 북한인과 북한 기업과의 사업 거래가 적발될 경우 OFAC에 SDN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한국이 북한과 경제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다고 가정해볼 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의 치외법권적 능력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대북 투자와 거래를 지원하고 있지만, 특히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빛나는 한국 대기업과 은행이라면 청와대도 그들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대북사업을 이어나갈 한국 기업이라면 이런 리스크에 대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회사라면 강력한 내부감사프로그램(ICP)을 도입해 제재 내용을 모니터링하면서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출을 컨트롤해야 한다.

여러 가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대북사업과 관련해 같은 언어를 쓰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이 장점으로 작동하며 가장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오고 미북관계가 결실을 보게 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대북 투자와 관련해 선도자의 위치에서 경영학 개념으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로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얻는 혜택인 선점자의 우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기준을 따르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첫걸음을 내딛는다면 유엔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치외법권적 제재 그리고 여러 수출 관련 법들 때문에 그 여정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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