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종합예술 K가전'…부품서 완제품까지 질적 우위로 세계 매혹

[韓제조업, 가전 성공서 배워라]

< 상 > 무역전쟁에도 흔들림 없는 프리미엄 가전

아이디어 제품화 '급' 다른 능력에

원가 경쟁력 제고…선순환 구조 정착

GE 등 세계 가전 명가와 어깨 나란히

AI 탑재·글로벌 유명 셰프와 협업 등

해외선 보기 힘든 혁신 노력도 빛발해

체험형 매장 늘려 고객만족 극대화도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8’ 행사장에 들른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8’ 행사장에 들른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전남 광주의 삼성전자 가전공장 내 프리미엄 냉장고 생산 라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전남 광주의 삼성전자 가전공장 내 프리미엄 냉장고 생산 라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 시장은 흔히 ‘종합예술’에 비유된다. 아이디어 혁신과 부품 조립으로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정보기술(IT) 기기나 막대한 투자가 성과로 직결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는 성격부터 많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삼성·LG전자가 최대의 프리미엄 시장인 미국에서 월풀·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제치고 4대 가전(TV·냉장고·세탁기·건조기) 분야의 최정점에 서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뛰어난 부품 제조 능력과 원가 경쟁력 △기획·마케팅 능력 △촘촘한 라인업 △인공지능(AI) 가전에서도 앞서가는 혁신 능력 등을 ‘가전 명가’ 코리아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TV 화질만 해도 해상도뿐 아니라 어느 수준에서 소비자가 편안함을 느끼는지 축적된 연구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중국 업체가 급성장 궤도를 밟고 있음에도 유독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①급이 다른 부품 제조 능력이 알파요 오메가=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 산하 부품솔루션사업부는 ‘모터’와 ‘컴프레서’만 전담으로 연구한다. ‘가전의 심장’ 격인 두 부품이 에너지효율·소음·진동·내구성 등 프리미엄 가전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LG의 독보적인 부품 제조 능력은 지난 1962년 선풍기용 모터 생산을 시작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햇수로 57년의 내공이 가전에 녹아 있는 셈이다.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9.9%, 올 상반기 기준)은 그 결과물이다. 전자 업계의 임원은 “프리미엄 시장은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제품 자체로 평가받는다”며 “결국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데 삼성과 LG는 핵심 부품 제조 능력부터 탁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핵심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삼성·LG가 만약 디스플레이 업체를 보유하지 못했다면 초고화질 시대를 열어젖힌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삼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LG)의 전성시대는 한참 후로 밀렸을 수 있다. 삼성 무풍에어컨의 특징인 초미세 구멍, 유려한 디자인 등도 금형 업체를 직접 육성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②‘부품 독자 개발→모듈화 생산→원가 경쟁력 제고’ 선순환=모듈화는 주요 부품을 몇 개의 덩어리로 뭉쳐 만든 뒤 나중에 조립하는 방식이다. 냉장고는 모델에 따라 많게는 400여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그런데 일일이 이를 조립해 냉장고를 만들면 부품 재고 관리도 어렵고 생산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모듈화를 적용하면 냉기를 만드는 ‘구동계’, 냉기를 냉장고 내부로 돌리고 악취를 빼는 ‘순환계’, 외관과 문 등이 각각 모듈이 돼 모듈 4~5종류만 조립하면 끝난다. 부품 제조 능력이 달리고 협력업체와의 공조도 되지 않는 기업은 생각하기 어려운 생산 방식이다. 삼성은 이미 유럽 냉장고 시장에서 보쉬(점유율 8%, 올 8월 누적기준, 업계 추산), 립헬(7%) 등을 제치고 1위(14%)다. 업계의 한 임원은 “부품 모듈화로 원가 절감 및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핵심 부품을 독자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극소수”라고 말했다.



③혁신 뒷받침하는 반도체·전자 분야 경쟁력=프리미엄 가전은 스마트 가전과 동의어가 돼가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 요소가 점점 더 가미된다는 의미다. 모두 삼성과 LG가 강한 분야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AI가 탑재된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해왔지만 밀레 등 유럽 업체들은 올 초에 시제품을 내놓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내후년인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AI를 적용한다는 것이 목표고 LG도 이미 AI 플랫폼인 딥씽큐를 탑재한 스타일러·에어컨 등을 공개했다”며 “사물인터넷(IoT) 등 연결성이 강조될수록 삼성·LG가 앞서나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셰프와의 협업(삼성 클럽드셰프 프로그램) 등의 혁신 노력은 해외에서 좀체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제품 개선을 위해 여러 루트를 통해 귀를 열어놓고 있다는 얘기다.

④모델마다 4~5개는 기본…빈틈없는 구색=삼성·LG의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은 연령대, 가구 크기, 용량, 색깔 등에 따라 촘촘한 것으로 유명하다. LG ‘트롬 드럼세탁기’의 경우 용량에 따라 16·17·19·21·22㎏ 등으로 5개나 된다.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적용한 삼성 TV ‘더 월’은 모듈러 구조로 설계돼 크기·형태에 제약이 없다. 공간 활용에 그만큼 유리하다. 가뜩이나 모든 품목을 취급하는 종합 가전 기업이 드문데 모델도 다른 곳에 비해 2배가량 많으니 경쟁력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소비자와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 체험형 매장도 늘렸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