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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서울경제 클래식] 심술쟁이 제주바람에 반전 또 반전…디오픈 보듯 짜릿했어요

바람따라 달라지는 코스로 설계

홀마다 세기·방향 달라 보는 재미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이글 9개'

'자연과의 싸움'에 갤러리들 열광

7,020여명 몰려 골프축제 만끽

28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의 18번홀 그린 주위를 둘러싼 갤러리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라운드 마지막 조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서귀포=권욱기자28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의 18번홀 그린 주위를 둘러싼 갤러리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라운드 마지막 조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서귀포=권욱기자



더 크고, 더 강력하고, 더 화려해졌다.

28일까지 나흘간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1회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골프의 모든 것을 보여준 ‘만추의 골프축제’였다. 초대 챔피언 신지애(30)를 배출한 지난 2007년 시작된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올해 상금액과 규모를 키워 더욱 치열한 우승 경쟁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무엇보다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하다가도 돌연 공을 삼킬 듯한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등 변화무쌍한 날씨는 선수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기상청조차 예측 불가한 기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명승부는 갤러리들 사이에 “과연 ‘한국판 디 오픈’을 연상하게 할 만큼 드라마틱하다”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고의 시험무대…한국의 ‘디 오픈’=2년째 대회를 치른 핀크스 골프클럽은 산방산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일 정도로 해안과 인접해 바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간혹 선수들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오히려 진정한 ‘골프 퀸’을 가리는 최고의 시험무대로 만들어주고 있다. 온화한 미소부터 날카로운 발톱까지 날마다 얼굴을 바꿔가며 선수를 시험한다. 홀마다 세기와 방향이 다른 바람 속에 다양한 구질의 샷 구사 능력을 갖춰야 코스를 정복할 수 있다. 인내심과 도전정신 등 정신력 테스트까지 통과해야 한다. ‘자연과의 싸움’ 브리티시오픈(디 오픈)의 순환 개최지인 바닷가 링크스코스 우승자의 영예가 남다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국내 최초의 ‘세계 100대 코스’인 핀크스는 설계 단계부터 이곳의 특유한 바람을 고려했다. 세계적인 설계가 테오도르 로빈슨(미국)은 바람에 따라 공략법이 달라지는 코스로 디자인했다. 거리와 장애물(해저드·개울·높낮이 등)을 홀마다 정교하게 구성한 것이다. 그에 따라 날씨에 맞춰 매번 다른 클럽을 사용해야 하고 18홀을 도는 동안 골프백 속 14개 클럽을 모두 꺼내 들어야 한다. 유럽프로골프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개최해 이미 국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 검증을 받았다.

최혜용(28·메디힐)은 “바람이 강하게 분 이번 대회 2·3라운드 때는 파4홀 세컨드 샷에서 3번 페어웨이우드를 잡아야 할 만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면서 “바람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코스라 흥미롭고 바람을 이기려 하기보다 바람을 이용하고 계산해서 공략하는 매니지먼트도 재미있다. 바람에 볼이 움직일 정도만 아니라면 바람은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완벽한 코스 상태와 오를 대로 오른 선수들의 샷 감각이 맞아떨어지면서 홀인원 하나를 포함한 이글 9개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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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2라운드 박채윤(24·호반건설)의 홀인원이었다. 169야드로 세팅된 14번홀(파3)에서 오른쪽으로 부는 바람을 정확하게 계산해 5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이 핀 앞에 떨어지더니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000만원 상당의 뱅골프코리아 아이언 세트를 확보한 박채윤은 최종 라운드 16번홀(파5)에서 이글도 기록했다.

김민선(23·문영그룹)의 3라운드 10번홀(파5) 이글도 그림 같았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앞까지 보낸 그는 칩인을 확신한 듯 깃대를 뽑고서는 약 15m 거리의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떨궈 갈채를 받았다. 3라운드에서는 10번홀에서 이정민(26·한화큐셀)과 박소연(26·문영그룹)도 3타 만에 홀아웃해 이 홀에서만 하루 3개의 이글이 터졌다. 최혜진(19·롯데)은 첫날 파4홀에서 이글을 잡았다. 130m 정도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핀 앞 3~4m 지점에 떨어진 뒤 홀 속으로 숨었다. 김아림(23·SBI저축은행)은 4라운드 1번홀(파4)부터 이글이 작렬했다. 이다연과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혜선도 최종일 이글의 짜릿함을 맛봤다.

◇시즌 마지막 ‘빅팟’ 이벤트=KLPGA 투어 중견 대회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팬들과 만났다. 이 대회는 10회째였던 지난해 대회 사상 처음으로 개최지를 제주로 옮기며 핀크스와 인연을 맺었다. 올해는 새로운 10년을 여는 의미로 대회 총상금을 8억원(우승상금 1억6,000만원)으로 2억원 늘렸다. 이번 시즌 KLPGA 투어 전체 27개 대회 중 총상금 8억원 이상 대회는 메이저 5개를 포함해 단 10개다. 메이저급 상금 규모를 갖춘 만큼 대회 기간도 4라운드로 하루를 늘려 승부의 묘미를 배가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영향력도 강력해졌다. 시즌 마지막에서 두 번째 대회인 서울경제 클래식은 총상금 8억원 이상의 소위 ‘빅팟’ 이벤트로는 시즌 마지막이기 때문에 대상(MVP)과 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의 향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올해 대회는 갤러리 서비스도 한층 풍성해졌다. 지난해 5,869명으로 제주 지역 여자골프대회의 역대급 갤러리 수를 기록했던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는 올해 나흘 동안 7,020명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주최 측은 대회 기간 총 7,000여개의 선물을 쐈다. 입장만 해도 대회 기념 골프우산과 모자를 받을 수 있었고 갤러리 참여 이벤트에는 60만원 상당의 핀크스 골프클럽 주중 1팀 무료이용권 40장을 비롯해 바이네르 골프화, 이디야커피 상품권, CGV 영화관람권 등이 걸렸다. 갤러리플라자에서는 칩샷 게임, 퍼팅 챌린지, 원포인트 골프레슨, 팬 사인회가 진행됐다. 잊지 못할 추억을 골프팬들에게 선사했던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내년을 기약하며 모두가 행복했던 골프축제의 막을 내렸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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