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재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법안이 통과된 시점부터 검토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회사 내부에 추진단을 구성했다. 앞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비롯한 세부적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내년에 있을 사업자 선정을 준비한다.
인터파크는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당시 ‘아이뱅크’라는 컨소시엄을 짜 도전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이 컨소시엄을 이끄는 단장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밀려 홀로 떨어졌다. 이 사장에게는 아픈 기억이다. 그럼에도 재도전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지급결제 기능의 혁신과 중신용자를 위한 효과적 신용공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답했다. 23년간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면서 금융업과의 여러 접점이 보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인터파크 오픈마켓에 참여하는 셀러(판매자)들이 은행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들에게도 은행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정적 문제의식이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3년 사이 싸늘해졌다. 고유의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빠지지 않는다. 이 사장은 “누가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흑자도 적자도 날 수 있다. 은행도 어떻게 사업하느냐에 달렸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존 은행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은 지점 유무만 빼면 비즈니스모델이 똑같다며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본래의 정책 취지에 어긋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용자경험(UX)의 혁신을 가져온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즈니스모델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장이 강조하는 변별점은 신용평가의 혁신을 통한 중신용자 대출이다. 이 사장은 “셀러로 참여하는 업체가 재무제표만으로 은행의 평가를 받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가 전체의 10%도 되지 않고 제2금융권으로 어쩔 수 없이 넘어가면 이자율이 급등한다”며 “매출보다 저평가되는 상황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파크가 셀러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정산 예정금 평가 서비스를 하나의 예로 들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복수의 오픈마켓에서 어느 시점에 상품 판매대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알 수 있어 매출 증가와 판매 상품의 추이를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일별 매출 데이터 등을 파악하면 견실한 기업은 은행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사장의 주장이다. 지급결제 기능 역시 기존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를 받고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지급결제 시스템의 기반을 만들면 신용카드 기반의 지급결제보다 낮은 수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