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규모 자금 수혈 등 증시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해 추락하고 있는 증시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외국인은 물론 개인마저 등을 돌리며 증시 하락 폭을 키웠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유동성에 의존해서 오버슈팅이 발생하지 않았고 기초체력 역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튼튼해 이번 조정국면이 우리나라 증시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기대 섞인 전망과는 달리 주가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금융당국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해 2,0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코스닥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대해 오는 11월 초부터 투자할 계획이다. 또 증시 안정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봐서 증권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최소 2,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는 등 총 5,000억원을 마련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제고를 위해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세조정 등 불공정행위와 연계될 수 있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중하게 처벌하고 기존 과태료 외에 형사처벌· 과징금을 신설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신속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상호 긴밀하게 연계해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변동성을 키우는 불건전 영업,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철저히 단속하고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현재화될 경우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도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지만, 코스피는 연일 연중 최저점을 찍으며 2,000선 아래로 추락했고, 코스닥 역시 630선 아래로 주저 앉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월 한 달 만에 260조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코스피 코스닥 하락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수준을 기록하면서 증시 하락의 이유와 대책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달 3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추락하는 한국 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고 기초체력이 튼튼한 만큼 앞으로 조정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견고한 기초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