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끝내 대화 참여를 거부할 경우 여야 합의를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대책으로 거론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강행 처리를 시사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계속 어깃장을 놓는 민주노총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주요 법안으로 탄력근로제를 꼽으며 “원래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입법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노사 간 대화로 풀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노사 간 합의를 타진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탄력근로제의 최장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민주노총은 거세게 반발해왔다. 또 문재인 정부가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표방한 ‘광주형 일자리’가 노동계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도 홍 원내대표는 “적어도 11월 예산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만큼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며 민주노총을 거듭 압박했다. 이에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노동계가 총파업까지 한다고 하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민주노총과의 거리 두기를 본격화한 것은 민생경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는 강성노조에 계속 끌려다니다가는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등 친노동정책의 수혜를 보고 있지만 각종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으면서 당내 시선도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공공기관 고용세습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민 여론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청와대가 민주노총의 참여 없이도 연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출범 강행 의사를 나타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당 내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과도한 촛불청구서를 들이밀면서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산적한 국정 현안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현상·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