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를 비롯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미국 정착을 꿈꾸며 출발하는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일간 엘 우니베르살 등 멕시코 현지언론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직된 약 300명의 3차 캐러밴이 전날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미국을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갱단으로부터 3차 캐러밴을 보호하려고 경찰을 급파했다.
지난해에만 5만명 이상이 미국 국경에서 구금되는 등 수많은 엘살바도르 인들은 갱단의 폭력과 가난 등을 피해 미국 국경으로 향했다. 특히 올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캐러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함에 따라 캐러밴이 더 많이 결성되고 있다. 캐러밴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자 그간 주저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이들까지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 살짜리 아들과 함께 캐러밴에 참여한 한 여성은 “캐러밴 안에서는 단결할 수 있다”면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누군가가 당신을 도울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에 말했다.
앞서 조직된 2차 캐러밴은 과테말라와 멕시코 국경에서 경찰과 충돌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날 과테말라 테쿤 우만에서 2차 캐러밴이 멕시코 국경으로 무단 진입을 시도하자 이를 양국 경찰이 막는 과정에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26세 온두라스 남성이 고무총탄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심각한 머리 부상을 입어 숨졌으며, 수십 명이 다쳤다. 멕시코 당국은 당시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오히려 이민자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아이들을 인간 방패로 삼았다고 해명했다.
대다수가 온두라스 출신인 이민자 600여 명과 멕시코 경찰은 수치아테 강을 건널 수 있는 국경 다리에서 이날 오전부터 대치했다. 멕시코 당국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입국할 것을 요구하며 국경 다리를 봉쇄하자 수백 명의 이민자는 수치아테 강의 수위가 낮은 지역을 타이어로 만든 뗏목을 타거나 인간 띠를 만들어 도강했다.
멕시코 군 헬리콥터가 도강 지점 상공을 선회하며 강한 바람을 일으켜 위협했으나 이민자들을 막을 순 없었다. 멕시코에 진입한 캐러밴 본진은 전날 오악사카 주 타파나테펙에서 물놀이 등을 하며 기력을 회복했다.
본진은 이날 새벽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오악사카 주 산티아고 닐테펙으로 향했다. 본진의 규모는 한때 약 7,300명에서 현재 4,000여 명으로 줄었다. 캐러밴이 최단 거리에 있는 미국 텍사스 주 매캘란까지 가려면 아직 1,600㎞를 더 가야 한다. 올해 4월 조직됐던 다른 캐러밴의 최종 목적지인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에 도달하려면 두 배 이상 더 가야 한다.
최대한 캐러밴의 북상을 저지하려는 멕시코 정부는 지난 26일 캐러밴이 오악사카와 치아파스 등 남부 지역에서 망명 신청을 한다면 임시 신분증과 직업 기회 등을 제공하겠다며 망명 신청을 독려했다. 멕시코 내무부는 전날 기준으로 300여 명에게 임시 주민등록 번호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멕시코 내에서 거주하며 일을 할 수 있다. 멕시코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중미 출신 1,895명에 대한 관련 절차도 진행 중이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