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부에는 미세한 기계음만 들렸다. 여느 공장과 달리 사람 목소리는 듣기 힘들었다. 수 백대의 기계는 10단계에 이르는 태양광 셀 생산 공정을 묵묵하게 진행했다. 혹시 모를 사고 및 오작동 가능성에 대비해 웨어러블 스마트 밴드를 착용한 20여명의 모니터링 요원이 대기 중이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필요 없었다.
30일 방문한 한화(000880)큐셀코리아 충북 진천 2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태양광 셀 제조 공장으로 태양광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진천 2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구동되는 한화큐셀코리아의 ‘스마트팩토리’에서는 1.8초당 1장의 태양광 셀을 생산한다.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트라큐(Tra.Q)’를 통한 품질관리로 불량률은 0.5%에 불과하다. 한화그룹은 축구장 26개 크기와 맞먹는 19만 평방미터 규모의 진천 공장에 지금까지 1조2,057억원을 투자했으며 추가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진천 공장의 효율성은 한화그룹의 또 다른 태양광 업체인 한화큐셀이 중국 장쑤성에서 운영 중인 공장과 비교해도 알 수 있다. 류성주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는 “중국 공장은 4,000여명이 투입돼 연간 태양광 셀 2.4GW 규모를 생산할 수 있지만 진천 공장은 2,000여명이 투입돼 3.7GW의 태양광 셀 생산이 가능하다”며 “물류에 대한 자동화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검사, 포장 자동화를 통한 최적화 작업 등으로 인력대비 효율성은 진천 공장이 훨씬 높다”고 밝혔다. 1공장과 2공장을 더한 충북 진천 공장의 태양광 셀 생산량은 연간 3.7GW로 부산시와 울산시 전체 주민이 가정용 전기로 1년간 사용해도 남는 수준이다. 한화큐셀의 말레이시아 및 중국 공장 생산량까지 더하면 한화그룹은 연간 8GW의 태양광 셀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 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1위다.
진천공장은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1MW당 설치단가를 지난 2010년 3.24달러에서 올해는 0.98달러로 떨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0.73달러로 낮아져 제품 효율 향상과 더불어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다. 특히 한화큐셀코리아 측은 제품 경쟁력이 중국 업체 대비 1~2년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에 향후 5년간 9조원을 투자해 그룹사의 확실한 성장축으로 굳힐 방침이다. 조직 재편도 마무리 중이다. 최근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을 합친데 이어 다음 달 1일에는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첨단소재를 합병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출범시켜 태양광 사업 일원화를 이룰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 사업 전면에서 활약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지원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와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한화그룹은 독일·한국·중국·말레이시아에 태양광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며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 간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한화큐셀코리아 관계자는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 합병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당장 현재 논의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중국 업체 중심의 저가 경쟁과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글로벌 무역장벽 강화로 향후 몇 년 간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지난해 5월에는 유럽 최대 태양광 업체인 독일의 솔라월드가 파산하기도 했다. 윤주 한화큐셀 상무는 “시장조사기관인 IHS가 올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 규모를 104GW로 예상했지만 각종 외부요인으로 인해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2020년께 저가 제품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키워왔던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는 비용화 효율을 개선한 기술력 중심의 회사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여 관련 시장이 안정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천=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