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1일 바둑계에 따르면 유창혁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 사무총장은 전날 열린 프로기사회 임시총회 결과를 보고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에서 최근 바둑계 미투 운동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기원의 잘못된 행정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송필호 한국기원 부총재 및 유 사무총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유 사무총장은 프로기사 게시판에 자진사퇴 사유를 올렸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기사총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총회 결과를 듣고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재께서 수락하시면 사무총장에서 바로 물러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인들의 권유로 2년 전 사무총장직을 수락한 것은 한국기원과 바둑계를 개혁하고자 하는 굳은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밖에서는 독선과 소통 부족으로 비쳤던 것 같다.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유 사무총장은 또 “선후배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바둑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바둑팬, 후원사 관계자 여러분께도 죄송하다”며 “사무총장 자리를 떠나더라도 한국바둑 발전을 위해 제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지매’, ‘세계 최강의 공격수’란 별명을 가진 유 사무총장은 지난 1984년 입단해 국내대회 18회, 세계대회 6회 우승을 차지해 ‘한국바둑의 전설’로 불린다. 특히 모든 세계대회(1993·1999년 후지쓰배, 1996년 응씨배, 2000년 삼성화재배, 2001년 춘란배, 2002년 LG배)에서 정상에 오르는 ‘그랜드슬램’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5월부터는 한국기원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으며, 이후 몇 달간 사무총장직의 제안을 고사한 유 사무총장은 프로기사 양극화 현상, 유소년 바둑 보급, 중국 상대 경쟁력 강화 등 변혁을 이루겠다며 바둑 행정가로 전업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2016년 11월 1일 한국기원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한국기원은 “한국바둑 진흥이라는 과제에 300여 명 프로기사의 참여와 역할을 높이려는 뜻”이라며 “사무총장 자리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명망 있는 프로기사 사무총장이 한국기원 사무국을 이끌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선임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기원의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면서 가해자를 감싸는 듯한 표현을 보고서에 적어 기사들의 반발을 샀고, 다른 바둑 행정 분야에서도 기사들과 의견이 충돌해 ‘불통’ 이미지를 얻으며 동료 기사들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