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관찰하거나 폐쇄회로(CC)TV 용도로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 수십만대를 해킹해 타인의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본 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황모(45)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황씨는 올해 9월부터 최근까지 반려동물 사이트를 해킹해 1만5,800여명의 회원정보를 유출한 뒤 이 가운데 264대의 IP 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보거나 녹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웹 제작자인 황씨는 반려동물 사이트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자신의 IP 카메라가 해킹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범행을 계획했다. 해당 사이트는 반려동물 감시용 IP 카메라를 회원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사이트의 보안상 취약점을 파악한 황씨는 처음 특정 회원들의 IP 카메라에 접속하기 시작하다가 이후 사이트 데이터베이스(DB)를 통째로 해킹해 264대의 IP 카메라로 회원들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이를 녹화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혼자 생활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여성들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회원정보가 유출된 반려동물 사이트 운영업체를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없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입건하고, 개인정보 보호조치 의무 등 관리소홀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 조치했다.
경찰은 황씨 외에 IP 카메라에 무단접속해 사생활을 들여다본 이모(33)씨 등 9명도 검거해 수사 중이다. 이씨 등은 2014년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국내외 IP 카메라 4,912대에 3만9,706차례에 걸쳐 무단접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IP 카메라 사용자들은 제품 구입 당시 설정된 기본 계정이나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고 수시로 변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IP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때에는 전원을 끄거나 렌즈를 가려 놓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영상물을 전량 폐기 조치하고, 인터넷 유포 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